구글이 에이수스와 손잡고 만든 첫 태블릿 ‘넥서스7’이 선보인지 6개월이 지났다. 넥서스7은 구글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업데이트까지 책임진다는 점, 그리고 7인치 IPS 패널을 달고 쿼드코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장착한 다른 태블릿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점에 힘입어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직 정확한 판매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최소 300만 대 이상, 최대 500만 대 이상 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환율 내려가니…‘더 비싸네?’ = 한국 시장 역시 넥서스7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미국 등지의 배송대행·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정식 출시 전 미리 제품을 구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넥서스7이 2012년 10월 국내 정식 출시된 이후에도 관세나 배송비를 감수하며 해외 구매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지난 10월 초 해외 공동구매 카페를 통해 제품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국내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는 구글이 8GB 제품을 단종시키는 대신 16GB 제품을 8GB 가격에 판매해 같은 가격을 지불해도 용량이 2배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이런 가격 인하 조치가 다른 나라보다 늦게 적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32GB 제품도 늦게 출시되었다.
게다가 지난 11월 이후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12년 12월 말 현재 환율은 1달러당 1,070원 선, 100엔당 1,251원선으로 연중최저치를 계속해 갱신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환율이 내렸는데도 가격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넥서스7 16GB 제품이 29만 원선, 32GB 제품은 34만 원선에 팔린다.
하지만 옆나라 일본의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 카카쿠닷컴(www.kakaku.com)에서 검색해 본 결과 16GB 제품은 2만 1,000엔(한화 약 26만 2,000원), 32GB 제품은 2만 4,000엔(한화 약 30만원)에 판다. 한국보다 3만원 가량 저렴한 셈이다. 미국 판매 가격은 어떨까. 아마존(www.amazon.com)에서는 16GB 제품을 259.99달러(한화 약 27만 8,000원)에 판다. 32GB 제품은 한 술 더 떠 원래 가격에서 50달러 가량 할인된 가격인 268달러(한화 약 28만원)에 판매중이다.
◇ 가격 결정권은 “구글에 있다?” = 이처럼 환율 하락으로 인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배송대행 비용이나 해외 제품 수입에 따른 부가가치세(제품 가격의 10%) 등 제반 비용을 합하면 반드시 해외 구매대행이 저렴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가격 조정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넥서스7과 관련된 거의 모든 권한이 구글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에이수스는 하드웨어를 만들어 판매할 뿐이며 가격 책정부터 공급에 대한 권한은 없다. 국내 출시 시기와 가격 관련 결정 역시 구글 몫이다. 다시 말해 에이수스가 국내 가격을 내려 비슷한 가격대의 태블릿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도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