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스한빙 경제대이동

2013년 새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세력 균형이 흔들리면서 더욱 불안정해졌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과 오바마 2기 정부의 미국이 G2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관심이 쏠렸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 열강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글로벌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제관계 및 경제 연구의 권위자인 스한빙 상하이 자오퉁대학 교수는 열강들의 정책 이면에 숨어있는 각국의 속내와 진실을 중국의 시각에서 파헤친다.

경제대이동
경제대이동

스한빙 교수는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마치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권력 주체들이 지략을 다투는 게임에 비유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비교하면서 향후 전략을 살폈다. 중국 경제가 당면한 위안화 절상, 경기 위축 등을 정밀히 진단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미국이 그간 달러, 석유, 식량 세 가지 무기로 세계를 지배해왔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최근 석유 수입을 줄이면서 신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이슈는 식량, 즉 자원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풀이했다.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보다 유럽이 더 큰 피해를 봤던 역설적인 상황에 대해 저자는 미국 정부와 월가의 작전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일로에 있을 때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순조롭게 실시했다. 1980년대 일본의 엔화 영향력을 무너뜨린 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열흘 간격으로 일어난 두바이와 그리스 사태는 결국 유로존을 공격하기 위한 복선이었다고 평가한다.

한반도의 역학 관계도 언급했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서도 전쟁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이유로 그는 북한 공격이 끝나면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전쟁 상황까지는 번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거대한 체스판의 주도자인 미국이 새로운 경제주기를 맞아 포석해놓은 큰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이라고 말한다. 중동은 자원 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계 경제의 미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시각으로 접근한 전망서와 차별화된다. 기존 도서들은 서방 국가를 글로벌 경제 주체로 보고 중국의 성장이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거나 혹은 열강들의 견제와 내부 구조의 취약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에 이 책은 중국 전문가가 자국이 처한 대내외적 현실을 내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이 같은 독특한 시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실익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에 신선하고 유익한 화두를 제공할 것이다.

스한빙 지음. 청림출판 펴냄. 가격 1만98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