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업 상금 사냥꾼 유감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그만큼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창업경진대회도 많다.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름의 창업경진대회가 열리지만, 입상 팀은 거기서 거기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기업 혹은 팀, 아이디어만 살짝 바꾸고 멤버는 그대로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금 사냥꾼`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논란이 아니다.

창업경진대회 수상 노하우에 정통한(?) 몇몇 팀이 전략적으로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회수(?)해 간다. 현재 활동하는 스타트업 중 창업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경진대회 출전했다고 뒤늦은 참회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진행중인 대다수 창업경진대회는 단기 아이디어 콘테스트다. 머리 좋은, 트렌드에 민감한 몇몇 사람이 모여 `뚝딱`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 여기에 `말발` 좋고 경험 많은 `강심장`이 현란한 발표 솜씨로 좌중을 휘어잡으면 창업경진대회 입상이란 타이틀과 쏠쏠한 목돈이 들어온다. 이 경력과 돈이 창업을 위한 디딤돌로 쓰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과 개인적 필요에 쓰이는 경우도 많다. 모든 창업경진대회 수상자가 이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캠퍼스영웅전`이란 창업경진대회에선 조금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입상한 4개팀 모두 지방소재 대학에 몸을 담았다. 4개월 동안 총 5차례 미션 수행 결과를 종합해 순위를 가린 캠퍼스영웅전은 아이디어가 아닌 끈기를 겨룬 창업경진대회였다. 완성된 자질이 아닌 창업가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점검했다. 대회 내내 열정과 끈기를 보여준 팀이 입상 영예를 안았다.

훌륭한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서가 창업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서는 중간에 고쳐나가면 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와 실행력,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끈기다. 한 마디로 사람이 핵심이다. 단기 이벤트 위주 대다수 창업경진대회로 사람을 볼 수 없다. 사람을 보고 싶다면 캠퍼스영웅전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창업경진대회가 올해 더 이상 `상금 사냥꾼`의 전유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