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발전해야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게 되고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단순히 교육만 해서는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10여년간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관과 함께 연구 외적인 활동을 활발히 해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CIO BIZ+/이노베이션 리더]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301/375296_20130106133416_339_0001.jpg)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석 달이 지난 박수용 원장의 얘기다. 박 원장은 1998년부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국제적 학회지 두 곳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연구 활동도 활발히 수행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아무리 연구와 교육에 충실해도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학교를 벗어난 인력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기 어렵다는 게 박 원장의 생각이었다. 2002년 정보통신대학교 초빙 교수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외부 협회·단체, 기업과 관계를 유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원장은 국방SW산학연협회와 SW경쟁력강화추진협의회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SW 예산 확보와 국가 SW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에는 SW정책 연구회 운영위원장으로 연구회 설립에도 힘썼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관계 기관, 민간 기업과 SW산업 진흥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했다.
박 원장은 “SW인력 선순환은 결국 산업이 진흥돼야만 가능하다”며 “NIPA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SW 산업 진흥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NIPA를 지휘하는 수장으로서 박 원장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밝혔다. 첫째는 SW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SW가 전자나 자동차 산업처럼 향후 우리나라 경제를 짊어지고 갈 핵심 산업이라고 확신한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해 `SW 새마음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W 새마음 운동`은 SW 사용자와 개발자, 인력양성교육자 등 세 그룹이 새로운 마음을 갖자는 캠페인이다. `사용자(기업)는 국산 SW를 제값 주고 사자`는 게 첫 번째 캠페인이다. 초기 국산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도 외국 제품에 비해 품질이 좋아서 사용한 게 아니라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에 비해 SW는 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외산 제품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제품은 사용하고 보완해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캠페인은 `개발자(업체)는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국산 제품이라고 품질과 상관없이 무조건 쓰기는 어렵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SP) 인증 등 SW업체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개발자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개발 프로세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좋은 품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세 번째 제안은 `제대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산업체가 원하는 인력을 만들고, 기존 산업체 근무 인력들은 재교육을 통해 역량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박 원장은 “이렇게 세 그룹이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새마음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국내 SW산업을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에서도 SW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만큼 올해를 새로운 국가 먹거리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의 두 번째 계획은 `IT융합의 대대적 확산`이다. 산업에 IT의 접목을 대대적으로 넓히는 것이다. IT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만 IT와 산업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데 아직 IT융합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예를 들면 IT기반 혁신본부와 같은 부처를 만들어 IT를 통한 산업 변화를 담당한다면 산업이 전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에는 융합을 위한 SW가 너무 적어 우선 이 부문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T융합에는 임베디드SW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관리 SW 등 다양한 종류의 SW가 존재한다. 전력 부분의 스마트 그리드 SW도 IT융합의 대표적 SW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분야를 위한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발전 속도도 느리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IT융합 확산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공장에서 IT부서 직원들이 IT 기반 혁신을 경영진에 제안하기란 쉽지 않다. CEO가 IT적인 사고를 갖고 `톱 다운`으로 지시를 내려야만 IT융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올해부터 직접 기업 CEO를 찾아다니며 IT융합의 불을 지필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계획은 `SW인력 양성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다. 국내 기업은 SW인력난에 허덕이면서 대학에서 양성하는 인력들은 수준이 낮다고 하소연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기업에 취직한 후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몇몇 SW기업이 해외개발센터(ODC)를 활용하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박 원장은 우선 교수들이 연구에만 집중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원인은 연구 외 교육 프로젝트에는 연구비 같은 과제비용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대학에서 양성한 인력이 일반 전문학원에서 양성하는 인력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교육 중심 대학과 연구 중심 대학을 구분해 전문화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IT융합이 활성화되면 컴퓨터공학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SW를 적어도 네 과목 이상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산업계에서 IT융합 인력이 될 수 있도록 IT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이런 세 가지 계획 외에도 재능기부, 퇴직전문가 해외 활동, 소상공인 교육 지원 등 따뜻한 IT사업도 여럿 진행할 계획”이라며 “국민이 IT를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고 산업 전반 IT수준을 높이는 게 향후 NIPA 원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약력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1995년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정보기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8년부터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정보통신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9월 NIPA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산SW산학연협회 총무이사, SW정책연구회 운영위원장, 국가 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