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그룹 전자 부품·소재 사업이 올해 기로에 섰다. 지난 30년간 잦은 부침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반전할지, 다시 사업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오를지 가늠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하이테크 계열사인 STS반도체통신·비케이엘씨디·휘닉스소재·코아로직은 삼성과 밀월 관계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고객사 다변화라는 상반된 과제도 안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광그룹 하이테크 계열사는 지난해 성장 정체를 겪었다. 실적이 전년보다 뒷걸음치거나 신수종사업 찾기에 실패하기도 했다.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 TV,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주춤하면서 타격을 많이 받았다.
STS반도체통신(대표 홍석규·이재원)은 지난해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침체를 겪은데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비메모리 물량 추가 수주에 실패하면서 연 매출액이 4000억원대에서 5% 이상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LCD 모듈 협력사인 비케이엘씨디(대표 박병현) 역시 2010년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한 후 이듬해부터 매출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주력하는 가운데, LCD 모듈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PDP·브라운관(CRT)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업체인 휘닉스소재(대표 최인호)는 삼성SDI가 말레이시아 CRT 라인을 폐쇄한데다 PDP 사업 역시 정리하는 추세여서 새해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지만 포스코와 합작한 자회사 포스코ESM은 아직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보광그룹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TV 시황이 개선되면 하이테크 사업의 전반적인 실적도 나아질 것”이라며 “표면실장(SMT) 공정 조기 구축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 2008년부터 대표이사를 네 번이나 바꾸면서 삼성전자 출신들을 전진 배치했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축하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코아로직(대표 김한기)은 지난달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3분기까지 매출액은 420억원으로, 전년도 매출액과 맞먹는 실적이어서 다소 의외다. 블랙박스 등 컨슈머 시장에 집중했던 서광벽 전 사장과 보광그룹이 서로 마찰을 빚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보광그룹 관계자는 “신임 김한기 사장은 삼성전자 총괄 기획팀장 출신”이라며 삼성전자 영업을 대폭 강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에서 퇴출된 후 매출액이 급감했던 코아로직의 새해 성적표는 보광그룹 하이테크 사업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