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위기 돌파를 막는 먹구름이 겹겹이 끼었다.
지난 50여년간 이어져온 성장위주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인 60%를 수출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 상장사 시가총액의 20%를 단일 기업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 역시 대한민국 주식시장엔 부담스런 존재다.
◇수출 목매는 구조 갈수록 심화
“내수를 살려달라.”
지난달 전자신문이 신년을 맞아 국내 CEO 300여명에게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가장 많이 나온 답이다.
하지만 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수출이 우리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1∼3분기)에 57.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수출 비율이 너무 높다 보니 우리 경제는 세계 경기가 후퇴하면 쉽게 가라앉는 약점을 보인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의존형 경제라는 것은 외국의 경기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경제 정책의 독자성을 상실해 스스로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을 강화하고 소비력을 높이는 한편,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출을 통해 번 돈을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통신·IT서비스나 교육, 문화, 여행, 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으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만 바라보는 증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21조9801억원. 국내 증시 시총 2위인 현대차와 5위인 기아차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156조원이나 많다. 1위와 2위 간 시총 격차도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기형적 구조는 전체 증시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삼성전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8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연매출 200조원 돌파를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15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결국 전날보다 0.86% 떨어지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기업 이익이 상장사 전체 이익의 40∼5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기업이라도 흔들리면 코스피가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 추이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