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김상순법률사무소 변호사
왜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은 하나 같이 마법지팡이를 가지고 다닐까. 칼에도 도(刀)와 검(劍)의 분류가 있듯, 지팡이도 장(杖), 봉(棒), 곤(棍), 모(〃) 등으로 나뉜다. 영어식 표현을 보더라도 크기 형태 용도에 따라 각 이름(예컨대 staff, stick, cane, wand 등)이 다르다.
![[ET단상]마법패(魔法牌)](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1/09/369858_20130109105846_104_0001.jpg)
그냥 손이나 손가락으로 마법을 시전해도 될 텐데, 해리포터 시리즈에서의 해리포터(Harry Potter)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간달프(Gandalf)든, 맨손은 아니다.
해리포터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쓰는 지휘봉처럼 조그만 막대기인, 마법지팡이(Magic Wand)를 쓴다. 가만 생각해보니 빗자루가 없으면 마녀는 하늘을 날지 못하였던 것 같다. 도구의 등급에 따라 마법사의 역량이 좌우되는 걸까. 하긴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는 전설의 보검은 천하의 군웅들이 싸우는 이유이자 목표이다. 뛰어난 도구는 사용자를 발군(拔群)으로 만들어 준다.
수백년 후의 사람들이 현재의 지구를, 대한민국을 본다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왜 사람들이 모두들 마법패를 사용해서 대화하고, 읽고, 노는지 의문스러워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Smart Phone)이라는 이름의 넙적한 사각형 모양의 마법패(魔法牌). 그렇게 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왜 중세의 마법사들이 마법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지 이해가 된다. 항상 마법지팡이를 지참하고 다니던 그들도 실은 1인 1약정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봉은 당시 마법사들의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 현대의 모든 이들이 마법패를 든 마법사인 셈이다. 이제 현대의 마법사들은 마법봉 대신에 스마트폰이라 불리우는 마법패를 들고 다닌다. 마법봉에 깃털 장식을 매달아 꾸미듯 마법패에 커버를 씌우고 케이스를 입힌다.
그것뿐일까. 스마트 카(Smart Car)는 마녀의 빗자루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는 마법망토와, 구글 글래스(Google Glasses)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는 마녀의 수정구슬과 각 닮은 데가 있다.
예컨대, 굴삭기의 관절 구조 등 자연계의 동작이나 모양을 흉내 내어 실제로 기구나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미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우리가 어릴 적 동화책을 보면서 상상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또 구현되려고 시도 중이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일이 기술의 발달로 눈앞에서 구현되는 일은 글자 그대로 마법(魔法)이다.
마법 중에서 가장 무서운 마법 중 하나는 마법사를 제어하는 마법인 `침묵 마법`이다. 소리 내어 주문을 외우지 못한다면 마법의 캐스팅(casting)이 안 된다. 그래서 침묵마법은 주문을 외워야 하는 마법사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무서운 마법이다.
현실세계에서 마법패는 끊임없이 사용자에게 침묵마법을 시전하고 있다. 입을 열어서 불러야 쳐다보게 되고, 쳐다보고 눈빛이 마주쳐야 소통이 시작된다. 다들 말을 않고 고개 숙여 마법패만 바라보며 손가락을 두드리고 있으니, 소통도 공감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는 사랑이 싹트지도 쌓이지도 않는다. 물론 마법패를 사용해서도 소통하고 사랑을 싹틔우는 특수체질의 마법사들도 있긴 하다.
기기(機器) 자체이든 클라우드(Cloud) 서비스를 이용하든, 저장과 공유를 도와줄 수는 있다. 자동으로 동기화되어 보관되거나 공유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의 교류는 그리고 공감(共感)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하트 백개를 입력한 출근길의 메시지 수신도 좋지만, 현관을 나서면서 볼에 받는 뽀뽀의 감촉이 더 따뜻한 법이다. 사람이, 가족이, 연인이, 친구가 가장 소중히 느껴지는 연말연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면, 마음이 들뜨고 설레게되어 있다. 하얀 눈은 평범한 사람에게 잠재된 마법사의 기질을 표출시키는 촉매의 마법가루니까. 하얗게 눈 덮힌 세상천지가 마법왕국이다. 마법패 없이도 행복한 소통할 수 있는 마법의 연말연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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