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표집·표본 추출 방식은 이제 한계에 왔습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좀 더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합니다.” 장수진 윈스로드연구소 대표(50)가 여론조사 대명사로 불리는 `갤럽`에 도전장을 던졌다.
갤럽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미국 통계전문가 조지 갤럽이 1936년 대통령 선거에서 루스벨트 당선을 예측한 게 적중해 명성을 얻었다. 인구통계를 접목한 갤럽 방식은 지금도 여론조사의 바이블로 통한다. 장 대표는 “1930년대 갤럽 방식이 나온 이 후 무려 8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며 “이제는 좀 더 과학적인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갤럽은 전화가 기본 조사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정확하게 여론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인터넷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아예 전화가 없는 집도 태반입니다. 갤럽에서 제일 중요한 게 표집·표본 작업인데 오류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응답률도 떨어지고 무응답자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습니다. 게다가 대면이 아닌 청각 반응에 의존해 비과학적입니다.”
장 대표가 전화 여론조사 대안으로 개발한 게 `컵 리서치`시스템이다. 방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본인이 원하는 컵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첨단 IT와 과학적 방법론이 숨어 있다. “현장 컵 리서치는 시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컵을 드는 행위지만 기존 전화 조사와 달리 시각으로 판단해 결정합니다. 신체감각지수 `베버상수`에 따르면 시각이 청각보다 17배 이상 정보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이를 여론 조사 방식에 도입했습니다.”
그렇다면 표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여론 대상자 모두에게 컵을 돌릴 수는 없는 문제다. 정 대표는 “IT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통계치로 집어넣고 정확한 결과값을 얻기 위해 표본 조사 건수를 보여줍니다. 그럼 스마트패드로 이를 집계하고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조사를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컵 리서치를 주목하는 데는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결과로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치뤄진 18대 대선에서 컵 리서치 방법으로 출구조사에 버금가는 결과치를 얻었다. 장 대표는 당시 투표율 72.6%, 박근혜 당선인 득표율 54.1%를 예측했다. 전문 여론조사업체도 막판까지 당선자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오차 범위내에서 결과치를 예상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구나 조사 대상자는 불과 366명이었다. 강남과 강북에서 3회 현장 조사가 전부였다.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자체 제작해 표집 대상에게 당선지지 후보 컵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컵 여론조사 참여자는 적극적인 투표자입니다. 그만큼 정확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표본수가 366명이었지만 원하는 모집단을 얻기 위해 되돌아간 인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3배 정도의 인원을 조사한 셈입니다. 이는 전화 표본 조사에 버금갑니다. 여기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과거 역대 선거의 세대, 지역 투표율을 근거로 비교 분석했습니다.”
장 대표는 컵 리서치 조사방법에 무한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방식은 컵이지만 IT로 정확도를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두산그룹 IT 엔지니어 출신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어도비 PDF파일을 도입했으며 JPD인터넷을 창업한 IT전문가다. IT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컵 리서치도 여론 조사 시장을 바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장 대표는 “갤럽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대안이 없어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컵 리서치로 갤럽을 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