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쯤 아는 사람이 차를 바꿨다. 한 눈에 보기에도 묵직하고 넓어 보였다. 왜 이런 차를 골랐느냐고 물었더니 “둘째를 낳아서”라고 했다. 아이들이 생기면 둘만 있을 때보다 튼튼하고 넉넉한 차가 끌리는 것 같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혼다 패밀리카 오딧세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딧세이는 지난해 11월 30일 국내 공식 출시됐다.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베스트 패밀리카`라는 컨셉트를 고수했다. 미국에서 연간 11만대 넘게 팔린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사커맘`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오딧세이를 만났을 때 첫 느낌은 `예쁘다`는 것이었다. `미니밴`의 둔탁한 디자인을 막연히 그리고 있었지만 실제 모습은 날렵하고 근사했다. 혼다 측은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했다. 예리하게 깎인 전면부와 낮게 경사진 루프라인으로 인해 생각보다 차체가 낮다.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느낌이 강조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여느 차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뒤쪽은 다르다. 친구 부부를 태워봤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리를 쭉 뻗어봤지만 앞좌석과 거리가 한참 남았다. 넓기도 넓지만 좌석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탈착식 2열 시트, 원모션 폴딩 3열 시트, 2·3열 레그룸 등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탈착식 센터콘솔을 적용해 운전석에서 3열 시트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12개의 컵 홀더와 다용도 수납공간, 쿨링 박스 등이 있어 `오딧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족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전자식 슬라이딩 도어는 좁은 공간에서도 간단히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해준다. 뒷좌석에도 컨트롤 박스가 있어 운전석과 별도로 온도조절이 가능하다.
이제 오딧세이를 달려볼 차례다. 아무래도 차가 크기 때문에 운전석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달린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큰 몸집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나간다. 순식간에 160㎞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는 이 차가 미니밴이 맞나 싶었다. 3471cc에 달하는 배기량과 3.5L VCM 엔진, 253마력의 출력이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뜻에 맞게 달려줄 것이라는 든든함이 느껴졌다. 사람이 몇 명 더 타고 짐을 더 싣는다고 해도 든든함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시속 100㎞를 넘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소음은 어쩔 수 없었다. 오디오 시스템이 꽤 잘 갖춰져 있어 음질이 훌륭하지만, 고속주행 시에는 이를 감안해야 한다. 혼다 측에선 필름 튜닝된 차음유리와 능동적 소음제거장치(ANC) 등을 적용해 흡음과 방음 성능이 우수하다고 했지만 완벽한 차단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맨 뒤쪽 3열 사이드 커튼에어백을 포함해 총 6개의 에어백이 있고 차체도 튼튼하게 만들어져 안전에는 믿음이 갔다. 미국 고속도로 보험협회(IIHS) `2012 가장 안전한 차`에 선정됐고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의 `2012 최고 수준 5스타 안전성`을 획득했다. 전륜 구동에 휘발유를 사용하며 복합연비는 8.8㎞/ℓ다. 실버·블랙·화이트·모카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으며 부가세 포함 4790만원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