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유치 기초과학연구단 포기 위기

기초과학연구원이 세계 석학 초빙을 위해 가동중인 캠퍼스(사이트랩) 단장 선정에 허점이 노출됐다.

광주시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과학벨트 GIST캠퍼스 연구단장으로 영입한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박사의 이중 플레이로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말 GIST와 연봉 및 인센티브 협상을 마친 야니스 박사가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재직 중인 미국 브룩헤이븐연구소와 또다시 연봉계약을 체결, 한국행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니스 박사는 한국의 연구단장 선정을 자신의 `몸값 부풀리기용` 카드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샀다.

과학기술계는 이런 사례가 비단 광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으로 보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기초과학연구원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GIST, 연구단 자진 반납 위기

광주시와 GIST는 일단 어렵게 유치한 기초과학연구단을 자진 반납할 처지다.

GIST는 지난 10월 연구단 선정사업에서 2명의 연구단장을 배출했다고 들떠 있었다. 입자물리 분야에는 야니스 박사가, 광분자 분야에는 남창희 KAIST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GIST에 연구단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과제 수행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연구단장은 연구주제 선정, 연구단 인력구성, 세부과제별 연구비 배분 등 연구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아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GIST 관계자는 “외국인 단장들이 나중에 한국행을 포기해도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연구단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야니스 박사 포기 배경 들여다보니

광주시와 GIST의 저자세 협상 태도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은 지난해 1차 연구단 공모 유치 실패가 외국인 단장 섭외 미숙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저자세로 나갔다는 것.

이를 간파한 야니스 박사는 협상과정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 통상 2~3억원에 달하는 연구소장 연봉을 4억8000만원까지 2배 가까이 끌어 올렸고 초기 정착금 형식으로 1억원을 추가 요구했다. 여기에 야니스 박사의 부인을 GIST 교수로 채용하는 조건까지 달았다.

1년에 8억원가량이 들어가는 무리한 협상 안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GIST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연 1억원 수준의 보조금 지원도 검토했다. 몸값을 크게 올린 야니스 박사는 이 때부터 돌변했다. 곧바로 미국 브룩헤이븐연구소와 연봉협상을 펼쳤다. 결국 한국의 대우와 동등한 수준에서 연봉인상 성과를 얻은 야니스 박사는 GIST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세계석학 영입 때 진정성 검증 중시해야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도 검증을 주문했다.

GIST 안팎에서는 “미국식 사고방식에서는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GIST가 마음이 급해 돈에만 혈안이 된 후보를 성급히 영입한 것이 화를 초래했다”며 “외국인 연구자의 `몸값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소신과 철학 등을 평가항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세계 석학 영입 시 수월성도 중요하지만 연구자의 기본자질과 도덕성, 진정성 등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가브리엘 애플리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를 비롯해 스티브 그래닉 일리노이대 교수,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등 17명의 연구단장이 뽑혔다. 외국인 단장도 3명이 포함돼 해외 석학의 국내 유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결정될 3차 연구단장 후보군에도 외국인 학자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출연연 관계자는 “기초과학연구원이 현재 선정과정을 마친 외국인 연구단장의 실태조사 후 가이드라인 등 재발방지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