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였던 앨빈 토플러는 인류 문명이 세 번의 혁명적 변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 이론을 주창해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올랐다. 정치·노동문제·경제 분야 기사를 썼던 그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의 변화를 꿰뚫어 펴낸 동명의 저서는 전 세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예견대로 지난 30여년간 인류는 디지털 기술 혁명을 바탕으로 `정보화 사회`로 진화해왔다. 빠르고 편리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방향으로 부단히 달려왔다.
하지만 당초 그가 제3의 물결이 인류에게 가져다 줄 최고의 지향점으로 설정했던 `인간성이 넘치는 문명` `지식 권력에 의한 평등사회`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똑똑한(Smart) 시민(Citizen)이 제4의 물결을 이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플러가 원했던 미래사회를 구현할 주체를 분명히 한 것이다.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식이라는 권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시민, 즉 `스마티즌(Smartizen)`이 주인이 되는 평등한 사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주장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디지털 혁명에 이은 `스마트 혁명`이다. 누구나 손쉽게 정보기술(IT)을 누리고, 활용하고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자본이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혁명으로 등장한 스마티즌이라는 사회적 자본은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새 미래도 여기서 시작된다는 게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스마트 강국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의 삶 구석구석을 세심히 챙기고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는 IT 공적개발원조(ODA)를 펼치자는 새 정부에 대한 제언도 담았다.
저자는 우리 국민이 IT를 활용해 보다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정부 산하기관의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장애인과 저소득 가정 청소년 등 정보화 소외계층을 만나면서 IT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세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됐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녹음사업에 저자가 직접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화 강국의 이점을 살려 선조들의 홍익인간 이상을 구현하자`고 역설하는 저자의 주장이 스마트 대한민국으로 날개를 펴길 기대해본다.
김성태 지음. 북콘서트 펴냄. 1만50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