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의 주인공은 초고선명(UHD) TV다. 주인공은 있으나 승자는 없는 듯하다.
너나할 것 없이 UHD TV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110인치 UHD와 똑같은 제품이 중국 기업관에 전시되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LG전자, 소니도 같은 라인업의 UHD TV를 공개했다.
![[기자수첩]영원한 강자는 없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1/10/378100_20130110151259_660_0001.jpg)
이렇게 CES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CES는 기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상용화할 혁신 제품을 가지고 나와 뽐내는 자리다. 그래서 한 해 트렌드를 가늠하는 지표라고 한다. CES에 출시한 혁신 제품이 쏟아진다면 그 해 IT 시장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찰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 하지만 반대의 사례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나마 놀랄 만한 요소가 하나 있다면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한국이나 일본을 앞서나가진 못했지만 유려한 디자인과 핵심 성능은 그 어느 나라 제품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메이드인 차이나`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괄목상대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듯 하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CES를 방문해 “일본은 지쳤고 중국은 따라오지 못했다”며 일본과 중국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은 죽지 않았음을 역설하고 중국은 무섭게 쫓아온 모양새다.
몇 년 째 따라올 수 없는 1위에 올라서 자신감이 충만했던 한국은 좌불안석이 됐다.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그나마 한국의 체면을 살렸지만 올해 트렌드를 주도할 제품은 아니다. 아직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1등이 한국 기업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운 부스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같은 제품을 내세운 중국 업체 전시관은 한 때 화제가 되긴 했지만 삼성과 LG 전시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때때로 한산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성장세를 타기 시작하면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우리가 먼저 깨달은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은 아무리 몰락을 경험했다고 해도 앞선 소재부품 기술로 대변되는 기초체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