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커버 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상용화에 성공해 스마트패드·노트북PC 시장을 선점했다. 새로운 스마트패드 출시, 윈도8 출시를 기회로 TPK·윈텍 등 대만 TSP 기업은 G2 TSP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우리나라 업체가 품질과 수율 문제로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디스플레이가 TSP 기능을 흡수하는 가운데 G2 시장마저 대만에 주도권을 내준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킨들 파이어, 구글 넥서스7 등 최신 스마트패드에 대만산 G2가 잇따라 채택됐다.
당초 TPK·윈텍 등 대만 업체는 애플이 신제품에 기존 방식과 다른 TSP를 도입하면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이 아이폰5에 인셀 TSP LCD, 아이패드 미니에는 필름 타입인 GF2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업체들은 아마존·구글 등 새로운 스마트패드 제조업체뿐 아니라 델·에이서·아수스 등 노트북PC 고객사까지 확보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애플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인 셈이다.
윈도8 출시 이후 노트북PC에도 터치스크린 기능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장을 TPK·윈텍·CPT 등 대만 TSP 기업이 장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만 TSP 업체의 G2 투자는 활기를 띠고 있다. CPT는 지난 10월 중국 후이저우에 공장을 짓고 6세대 라인에서 G2를 생산한다. 한터치도 지난해부터 G2 생산 능력을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5.3세대 기준 월 5만개에 불과했던 G2 생산 능력이 현재 월 30만개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5.3세대 라인에서 기판 유리 한 장당 울트라북용 13인치 G2패널 18~24개를 만든다.
TPK·윈텍 등 1세대 대만 TSP업체는 3~4세대 라인에서 주로 생산했지만, 후발 업체는 5~6세대 라인 투자를 감행한다. 대만 업체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도 넘보고 있다. 삼성·LG 등도 올인원PC·노트북PC에 대만산 G2 장착을 검토 중이다.
대만에 비해 우리나라는 G2 상용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지난해 LG전자가 국내 업체 중 처음 G2 TSP를 스마트폰에 채택했지만, 아직 낮은 수율로 골머리를 앓는다. 삼성전자는 기술 문제로 도입 시점을 올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그 대신 과거에 썼던 하이브리드 방식(G1F)을 다시 도입했다. 스마트폰 업체 중 가장 먼저 G2 채택을 추진해온 삼성전자가 HTC·LG전자 등 후발업체에 뒤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시장에서 밀린 대만 업체들이 새 성장동력을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찾는다”며 “필름 타입에 주력해온 국내 업체들이 G2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