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특허 이해도가 높은 변리사가 정작 소송에서 대리 자격이 없어 소송당사자가 피해를 겪고 있다. 중복 비용 발생, 불필요한 시간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다.
LCD·반도체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기업 연구개발(R&D) 성과물이 특허 출원·등록, 연차료 납부, 선행조사 등 분쟁 대응을 위해 특허 담당자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특허 침해 소송에 들어가 회사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담당자는 “지식재산(IP)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선임했는데도 기술 이해도가 부족했다”며 “소송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 변리사를 새로 고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호사·변리사와 함께 소송을 준비하는 도중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 측에서 특허 명세서 등 자료를 변리사에게 한번, 변호사에게 또 한번 설명했다. 특허 조사 등에서도 업무 중복이 발견됐다.
실제 재판에 들어가면 피해는 더 심각했다. 담당자는 “현장에서 재판부와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졌다”면서 “기술 이해가 부족해 심판관이 변호사를 질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리사가 소송 전략에는 참여했지만 실제 변호 등 진술권을 가지지 못하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 담당자의 생각이다.
한 기기 안전장치 제조업체 대표는 “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소송대리인의 전문성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술 전문가를 두고 법 전문가가 특허 소송 문제를 다루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업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가 하느냐보다 경쟁력 있는 소송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데 지금은 이 권리가 원천 봉쇄당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법률 서비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동대리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ETRC와 네오알앤에스에서 실시한 `국내 지재권 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가운데 94.8%가 특허 전담 부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욱 ETRC 수석연구원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내에 변리사나 변호사를 고용하기 어려워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며 “경쟁력 있는 소송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어야 기업 특허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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