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PC, 방치했다간 수명 절반 된다?”

지난 1994년 인텔이 출시한 펜티엄 75MHz가 소비한 전력은 불과 8W였다. 하지만 펜티엄Ⅱ 233의 소비전력은 34.8W로 훌쩍 높아졌다. 펜티엄Ⅲ 600 같은 모델은 42.76W였지만 펜티엄4로 넘어가면서 CPU는 TDP(Thermal Design Power) 100W 시대로 접어들었다. 요즘 팔리는 CPU를 보면 코어i7-3930K 같은 모델의 TDP는 130W에 이른다.

CPU만 소비전력이 높아진 건 아니다. 그래픽카드의 두뇌 격인 GPU도 마찬가지다. 지포스 GTX650 같은 모델이 소비하는 전력은 64W, GTX660은 140W에 이른다. ATI 레이디언 HD7850 같은 제품도 150W다. CPU 뺨칠 수준이다.

문제는 소비전력이 높아지면 발열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발열이나 고온은 PC에 쓰이는 전자 부품의 고장 원인이다. 보통 CPU 같은 전자 부품에 맞는 적정 온도는 60도 전후라고 한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전자기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부품 소자가 정상적인 동작을 보증할 수 없는 만큼 기능적 장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부품 고장률을 높여 수명이 줄어든다. 열응력이나 열팽창 탓에 기계 부품에 부담을 줘서 기계적 장애, 화학 변화로 인한 열화 현상으로 오동작, 자칫 사용자에게 화상을 입히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 최신 그래픽카드 중 일부는 TDP가 100W에 이른다. CPU와 그래픽카드 등 PC 주요 부품은 고성능화로 발열과의 싸움이 절실하다.
△ 최신 그래픽카드 중 일부는 TDP가 100W에 이른다. CPU와 그래픽카드 등 PC 주요 부품은 고성능화로 발열과의 싸움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고기능화와 고성능화라는 키워드를 쥐고 움직이는 PC 역시 발열과의 전쟁은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CPU와 GPU만 따져도 이미 소비전력 100W가 넘는 `발열덩어리`이기 때문.

◇ PC케이스에 GPU 전용 쿨러가?=지엠코퍼레이션이 지난 1월 11일 발표한 신형 PC 케이스 GMC H200 풍Ⅴ는 이런 트렌드를 잘 나타낸다. 이 제품이 중점을 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냉각이다. 먼저 동급 제품보다 20%나 큰 체적을 확보했다. 쉽게 말해 내부 공간이 더 넓다는 얘기다. 넓은 공간은 당연히 좁은 곳보다 발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원활한 공기 흐름을 보장하기 좋다. 당연하지만 내부 조립 환경이나 부품 확장성도 쾌적하다.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냉각 기능이다. 이 PC케이스는 무려 6개나 되는 쿨러를 기본 장착했다. 앞뒤는 물론 윗면에도 120mm짜리와 80mm짜리 쿨러를 달아서 배기와 흡기를 원활하게 해준 것. 보통 저가형 케이스가 기껏해야 2개 정도 쿨러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쿨러는 많지만 얼마든지 조절을 할 수 있다. 다이얼 팬 컨트롤러 2개를 통해 쿨러 전원을 끄거나 켤 수도 있기 때문.

물론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재미있는 건 현재 실용신안 출원 중이라는 쿨 부스트 팬. 쿨 부스트 팬은 PC 케이스 뒷면 백패널 쪽에 끼우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그래픽카드 슬롯 바깥쪽에 끼워서 뜨거워진 그래픽카드가 내뿜는 열을 빼주거나 반대로 외부의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게 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 전용 쿨러를 PC 케이스에 달았다고 생각하면 쉽다.

△ GMC H200 풍Ⅴ가 채택한 쿨 부스트 팬. PC 케이스 뒷면에 끼우는 일종의 그래픽카드 전용 쿨러다. GPU 소비전력이 일부는 100W를 넘어선 만큼 발열 방지가 올해 PC 케이스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GMC H200 풍Ⅴ가 채택한 쿨 부스트 팬. PC 케이스 뒷면에 끼우는 일종의 그래픽카드 전용 쿨러다. GPU 소비전력이 일부는 100W를 넘어선 만큼 발열 방지가 올해 PC 케이스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이런 냉각을 중심으로 고성능 제품을 찾는 소비자 요구에 맞게 하드디스크 트레이 시스템에는 진동 방지 솔루션을 더해 쾌적한 PC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나사 없이 손쉽게 하드디스크나 SSD를 7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 본체 옆면에는 투명 아크릴 패널을 덧대어서 튜닝 효과까지 줬다. 본체 윗면에는 하드디스크나 SSD를 곧바로 끼울 수 있는 도킹시스템을 달았다. 이 제품은 1월말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 2013년 PC케이스 또 다른 트렌드는 ‘착한 제품’=성능과는 무관한 얘기지만 이 제품을 발표하면서 업체 측 관계자가 강조한 또 다른 포인트는 "놀라운 가격"이다. 비싸서 놀라는 게 아니라 값싸서 놀랄 것이라는 설명. 행사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PC케이스도 보급형은 1만원대가 나오는 등 일명 착한 제품이 뜨는 시대 아니냐"고 거든다. 풍Ⅴ는 이 회사가 지난 2006년부터 선보인 PC 케이스 시리즈다. 누적 판매량만 100만대에 육박할 만큼 인기 모델이다. 이전 시리즈는 가격도 10만원대였지만 이번에 나올 모델은 5만원 이하라고 한다. PC케이스가 보급형 뿐 아니라 하이엔드 모델까지 "성능은 상행선, 가격은 하행선"을 달린다는 얘기다.

행사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 역시 "PC케이스가 올해도 고기능화와 착한 가격이라는 트렌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발열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만큼 이 회사가 선보인 제품처럼 발열을 해소한 고기능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발열이 전자부품에 미칠 영향은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발표한 아레니우스 법칙(Arrhenius law)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레니우스 법칙이란 부품 노화 주요인이 온도인 경우 사용 환경 온도가 10℃ 내려갈 때마다 수명은 2배 연장된다는 것이다. PC케이스는 지금 발열과 전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