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생산전기를 서울에서 쓴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뜬다

한·중·일·몽골 4개국 3만6000㎾를 잇는 `동북아 수퍼그리드` 추진이 전력수급과 지구촌 사막화 방지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몽골 고비사막의 태양과 바람인 무공해 에너지로 각국의 전력난을 해결하고 향후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다. 그간 `잡히지 않는 안개`로 비유됐던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상이 실행사업으로 연계될 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열린 `동북아 수퍼그리드 세미나`에서 송진수 에너지기술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에너지수급과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위원은 “4개국 민간협의체는 지난 몇 해 동안 사막지역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과 광역감시제어, 송전망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연구해왔다”며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를 이용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몽골 고비사막에 태양광모듈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여기서 생산한 전력을 4개국에 나눠 공급하는 대륙 규모 광역전력망 프로젝트다. 지난해 4개국 민간협의체는 고비사막 전력발전을 위한 후보지역 선정을 위해 몽골 정부와 사전 타당성 조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각 국가별 투자요소는 한국이 IT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 제공, 일본은 사업자금과 엔지니어링, 중국은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이용한 계통망 건설, 몽골은 실증사업에 필요한 부지 제공 등이다. 2030년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각 국가에 전력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송 위원은 “이르면 올해 7월부터 타당성 조사를 위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 전문기관의 협의체 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막은 지구촌 최대 발전소로 일컬어진다. 자연 에너지원인 바람과 태양광이 풍부해 별도의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멘스·도이치뱅크·RWE(독일 전력공급회사) 등 유럽의 12개 기업들은 사하라 사막에 태양열발전소를 건설하는 `데저텍 프로젝트(Desertec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2050년까지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4000유로(약 560조원)가 투입된다.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완료되면 각 국가들의 동·하계 전력수급과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사업 추진을 위한 일자리 창출,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감축과 사막화 방지를 통한 황사현상 예방 등 환경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 위원은 “국내 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관리공단 등 에너지공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 성공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남성 에기평 원장은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에너지계통을 연결하는 `전력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정부, 전력회사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협의체를 구축해 다자간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