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中企 인력난 `이적료 시스템` 도입해 풀자

중소기업 CEO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금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다음이 인력확보 문제다. 특히 엔지니어(기술자)와 핵심 관리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기업이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자와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소기업의 경우 우수한 인재 확보에는 여러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는게 현실이다.

[ET단상]中企 인력난 `이적료 시스템` 도입해 풀자

첫째는 우수인력들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면서 중소기업이 겪는 인력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방대학 졸업자들도 대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 취업은 기피하고 있어서 지역 중소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가 매우 어렵다. 대다수 청년 구직자는 우리나라 총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하지만 취업 눈높이 차이로 중소기업은 기피한다. 주된 이유는 낮은 임금·복리 후생 수준, 불투명한 비전, 고용불안 등이다. 이에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게 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둘째는 중소기업 형편상 제대로 된 교육이나 훈련이 어렵고 교육기회가 주어져도 배우려는 열정이 없어 사람을 키우는 일이 쉽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어렵게 키운 전문인력도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해 가버리는 바람에 회사경영이나 기술개발에 타격을 받는다.

한 중소기업 CEO는 경력 6년차 베테랑 과장급 사원을 모기업에서 동일 직급으로 스카우트해 가버렸지만, 연봉이 크게 차이 나서 붙잡을 엄두도 못내고 핵심인력을 빼앗겼다고 하소연도 못한 사례도 있다.

반면,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성적이 우수한 대졸자를 채용했지만, 높은 연봉에 비해 업무를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고 조금만 힘들면 그만두는 게 다반사”라며 “중소기업에서 경력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인재를 대기업에서 빼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 중심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악순환의 문제를 선순환의 고리로 전환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 인력 유출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인력 교류시스템은 없을까?

최근 해외 진출이 활발한 프로스포츠의 선수 이적 제도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5년 이상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일정조건 경력이 되면 대기업은 중소기업 대표가 추천하는 인재를 스카우트해 가는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만족할 만한 이적료를 부담하고, 정부는 대기업에게 중소기업 인력 채용 소요비용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을 주면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학 졸업생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현상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고, 취업 후에도 대기업으로의 전직을 위해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배출해 대기업으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대기업에 자사 출신 직원이 들어감으로써 대기업과의 실무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대기업은 우수인재를 중소기업에서 스카우트 할 수 있고, 실무경험이 전무한 신입사원 교육훈련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력 유출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이적료 시스템이 다소 이상적이라고 지적할지 모르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산업현장에 맞춤형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인력 유출 갈등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가 짧고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구미산업단지가 우수한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서 이러한 이적료 시스템을 하루빨리 시범 도입하길 기대해 본다.

김사홍 구미단지기업주치의센터장 sahong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