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인쇄공정으로 변형이 자유로운 고성능·고안전 플렉시블 리튬2차전지 원천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했다. 차세대 플렉시블 모바일기기 개발의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개발 주역은 이상영 UNIST 교수(44세·사진)와 조국영 공주대 교수(39세)다. 이영기, 김광만 ETRI 박사와 존 로거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길은혜 강원대 연구원 등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후변화대응기술 개발사업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어드밴스트 머티어리얼스(Advanced Materials)`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리튬2차전지는 필름 형태의 양극, 음극 및 분리막을 서로 포갠 후 액체 전해질을 케이스에 주입해 만든다. 유연성을 갖춘 전자기기 개발에 적합하지 않다. 액체 전해질 사용으로 분리막이 열에 반응해 녹으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폭발할 수 있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신개념 고분자 전해질 개발이 절실히 요구돼 왔다.
이상영 교수 연구팀은 리튬 이온의 이동이 가능한 나노 물질을 조청과 같은 흐름 특성을 지니도록 만들었다. 이후 이것을 마치 빵에 잼을 바르듯 전극 위에 인쇄해 30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자외선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고효율·유연성을 갖춘 고분자 전해질 제조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기존 액체 전해질 및 고분자 전해질과 달리 3차원 구조 전극 등 다양한 형태의 지지체 위에 별도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간단한 공정이 특징이다. 전지의 모든 구성 요소(양극, 음극, 전해질)를 순차적으로 인쇄하는 프린터블(printable) 전지 제조의 기술적 토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리막이 없는 고체 형태의 제조 기술이어서 기존 리튬2차전지보다 높은 안정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 연구팀 실험 결과 이 새로운 고분자 전해질은 기존 액체 전해질에 비해 40배 이상의 높은 점도를 지녀 마이크론(micron) 단위의 미세 구조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액체 전해질 수준의 전지 특성을 나타냈다.
이상영 교수는 “2차전지 분야의 난제였던 인쇄 가능한 고분자 전해질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프린팅 공정에 기반을 둔 고성능, 고안전 플렉시블 전지 상업화를 앞당길 수 있다”며 “향후 전고체 전지, 리튬-에어 및 리튬-설퍼 전지 등 차세대 전지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