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공급용량 지원과 설비 투자 환수를 위해 지급하는 용량정산금의 취지가 퇴색했다. 일부 저효율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 사이에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고 받는 미발전 용량정산금이 정산금 총액의 절반을 뛰어넘는 등 제2 수익원으로 변질됐다.
15일 지식경제위원회 박완주(민주통합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발전설비에 지급된 용량정산금은 3231억원으로 지난해(2970억원)보다 261억원가량 늘었다. 전체 발전설비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는 설비 노후화로 발전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아도 미발전 용량정산금을 다른 사업자보다 과도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량정산금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발전소 사업 특성상 총괄원가를 보상하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보증금이다. 발전소가 가동할 때는 물론이고 가동하지 않을 때도 일괄 지급한다.
사업자에 따라서는 미발전 용량정산금액이 전체 용량정산금 총액의 절반을 넘은 곳도 있다. 중국계 발전사 메이야파워컴퍼니(MPC) 대산발전소는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용량정산금 231억원 중에서 80%가 넘는 192억원이 미발전 용량정산금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에도 전체 용량정산금 314억원에서 292억원을 비발전 용량정산금으로 받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일부 사업자에 미발전 용량정산금이 과도하게 지급되면서 다른 발전사들도 불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오해를 사거나, 용량정산금 자체가 불필요한 제도로 낙인 찍히는 상황도 벌어진다. GS EPS나 포스코에너지 등 주요 민간발전사는 미발전 용량정산금이 전체 정산금의 5% 안팎 수준을 기록했지만 민간발전업계가 과도한 용량정산금을 받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었다.
최근 구역전기사업자들이 중앙급전발전소 전환을 추진한다. 미발전 용량정산금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과도한 미발전 용량정산금 지급이 발전설비의 신규투자를 유도하고 전력예비율을 유지한다는 중요한 명분을 퇴색시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용량요금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예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재”라며 “하지만 실제 가동보다 발전소가 쉬는 시간에 받는 용량정산금이 더 많은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용량정산금이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발전소 건설 초기투자비용에 대해 사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일종의 투자비 환수 보증금이다. 발전사업자들은 매일 시장에 발전소를 입찰하면 입찰된 발전소들은 실제 가동 여부를 떠나 일정금액을 용량정산금으로 받는다. 효율이 낮아 가동에 따른 전력판매 수익이 낮은 발전소들의 총괄원가를 보상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주요 발전소 용량정산금 현황 (단위: 백만원)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