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어갈 행정부의 골격이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경제부총리를 부활하는 등 현 15부 2처 18청 체제에서 17부 3처 17청 체제로 변화를 줬다. 박 당선인이 15일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은 전격적이면서도 강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은 후보 시절부터 계속 주장해 온 터라 이제는 박 당선인의 브랜드에 가깝다. 미래를 창조하는 과학으로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5년 만에 경제부총리를 부활한 것도 경제문제를 적극 해결해 경제부흥을 이룩하겠다는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외교통상부에 있던 통상교섭업무를 본연의 특성을 살려 지경부로 이관해 부처 명을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꾸기로 한 것이나 지경부의 중견기업 업무와 지역특화발전 업무를 중소기업청으로 이전해 기능을 강화한 것 역시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내용을 담았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만 최소화하고 △국민 안전과 경제부흥을 위해 △전문성과 통합성을 강조하겠다는 당선인의 뚜렷한 목표와 주관이 반영된 개편안이라는 평가다.
정부조직의 큰 골격은 짜졌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 이상 한 조직으로 정책을 펴 온 기능이 새 조직개편에 따라 재배치되면서 일어나는 혼선과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설립 여부로 관심을 끈 ICT 기능의 재배치다. 물리적으로는 미래창조과학부에 ICT 차관제를 도입해 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의 IT 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 진흥업무를 한 곳으로 결집할 수 있다. 하지만 IT의 속성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IT는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핵심요소다. IT 정책의 최종 수요처는 산업인데 IT와 산업을 떨어뜨려 놓고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IT 기업입장에서도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IT의 수요처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무시할 수 없다. IT 기업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던 기능을 한 데 모으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실국장급 조직은 물론이고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조직의 미세조정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관급 조직인 통상교섭본부를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지도 관심사다. 당선인이 강조한 국민안전 강화 측면에서는 안전관련 표준을 담당하는 기술표준원의 거취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아울러 업무중복이 지적돼 온 기술표준원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ICT 관련 표준 업무도 이 기회에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