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상징부처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떠오르면서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권에서도 위상에 맞는 파괴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심지어 논란에 빠진 대학 R&D지원 예산까지 장악할 경우,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용`할 수 있는 예산규모는 당초 예상치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응용부문 포함한 국가R&D 총 관장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산하 연구개발정책실은 기초·원천 연구, 미래·융합기술 연구, 우주·원자력 등 거대기술 연구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교과부가 과학기술 주무 부처이긴 하지만, `기초-응용-개발`이라는 R&D 주기 중에서는 `기초`만 관장하고 있는 셈이다. 즉시 산업적용이 가능한 부분인 `응용-개발` 단계는 지식경제부가 맡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경부로부터 나머지 R&D 업무를 되찾아 옛 과기처나 과기부처럼 R&D 전체 주기를 관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교과부와 지식경제부에 배정된 2013년 R&D 예산은 각각 5조2236억원, 4조7709억원으로, 합하면 거의 10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국가 R&D 예산(16조9000억원)의 59%다.
과학기술부 출신 교과부 관계자는 “그간 기초-응용-개발 R&D가 분산돼 있어 지식의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응용·개발 단계의 산업기술 R&D까지 한 부처가 관장하고 여기에 ICT까지 더해지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R&D 예산 배분권은 안갯속
그러나 그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맡았던 전체 국가 R&D 예산의 조정·배분 기능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폐지되고, 모든 조직을 미래창조과학부가 다 인수한다 해도 예산배분권은 관계부처 협의 영역이다.
일단 R&D 예산편성권은 기획재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처들의 R&D 사업 예산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조율하는 권한은 상설 행정조직으로서 국과위가 폐지됨에 따라 향방이 모호하다.
만약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권한까지 가지면 참여정부 시절 부처들의 R&D 의견을 조율한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부활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 참여정부 때처럼 `선수가 심판으로 뛴다`는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행 국과위가 대통령 직속 비상설기구로 재편돼 R&D 예산 배분·조정·평가 권한을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학 R&D는 어떻게 되나?
대학 업무의 일부가 미래창조과학부로 편입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초 R&D 예산의 수혜 대상이 대부분 대학이므로 효율적 지원을 위해 대학 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초·중등 교육과의 연계 등을 고려하면 대학 업무는 당연히 교육부가 맡아야 한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교과부 2차관 산하의 대학지원실이 통째로 미래창조부로 들어갈지, 산학협력과 등 일부만 넘어갈지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지식경제부 관할인 산업기술 인력 양성 업무 등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미래 성장을 이끌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