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결성 급감…중견기업 육성은 `딴나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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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지면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글로벌 중견벤처 육성에도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성한 벤처펀드는 41개에 7477억원(잠정치)이었다. 2009~2011년 3년 연속 돌파했던 1조원 벽이 무너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수준(9751억원)을 밑돈 것으로 2005년 이후 최저다.

벤처펀드 결성이 급감한 데에는 주요 자금원(LP)인 연기금이 숨고르기에 나선 여파다. 대표적인 투자자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2010년과 2011년 각각 4850억원과 4400억원을 벤처펀드에 투자했으나 지난해 6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국민연금관리공단도 2010년 1000억원대에서 2011년 500억원, 지난해는 200억원 수준으로 내렸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이전에 결성한 벤처펀드가 많이 소진되지 않아, 지난해는 투자를 많이 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1조2333억원으로 2011년(1조2608억원)과는 차이가 크지 않다. 전문가는 펀드 결성이 부진하면 운용사인 벤처캐피털이 소극적 투자로 돌아서며 바로 벤처자금 경색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벤처 벤처하면서 시장을 왜 1조원으로만 보나요.” 모 벤처캐피털업체 임원의 항변이다. 민관이 중견벤처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성장파트너면서 자금줄인 벤처캐피털 시장을 영세하게만 본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과 비교된다. 2011년 벤처투자 규모는 294억4400만달러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실적이 199억8600만달러다. 연 30조원 시장이다.

미국은 경기침체 속에도 펀드 결성은 더 활기다. 2010년 137억달러에서 2011년 187억달러, 작년은 205억7000만달러로 치솟았다. 스마트혁명과 함께 벤처투자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은 벤처투자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다시피한 엔젤투자 시장이 벤처투자 시장 수준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시장과 비교해 규모가 50배에 달하는 셈이다. 중국도 2011년 기준 벤처투자 시장이 6조5000억원 안팎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시장이 크게 확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7조~8조원 시장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본다.

업계는 우량 중견벤처가 지속적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벤처투자 시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김종필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는 “1조원 시장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벤처가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수시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그 자금줄 역할을 벤처캐피털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시리즈`로 부르며 후속투자가 관행이다. 페이스북은 상장할 때까지 10회 투자를 받았다. 트위터·징가도 8회 투자를 유치했다. 엔젤투자자에 이어 벤처캐피털이 성장 파트너로 함께한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벤처투자 시장이 지금보다 두 배 정도는 커져야 한다”며 “여기에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회수(Exit) 시장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벤처펀드 결성 추이 (단위:억원, 개)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2012년은 잠정)

한·미·중 벤처투자 시장 규모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업계(한국은 2012년, 미국·중국은 2011년 기준)

벤처펀드 결성 급감…중견기업 육성은 `딴나라 얘기(?)`

벤처펀드 결성 급감…중견기업 육성은 `딴나라 얘기(?)`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