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제조업체 A사는 중국 산둥성에 둔 공장의 동남아 이전을 2년 전부터 고민한다. 5대 보험 등 각종 복지 제공을 의무화한데다 인건비가 계속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남아 지역 인건비도 최근 빠르게 높아졌다는 얘기에 결정을 망설인다. A사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비교적 높은 임금을 주면서 농촌 살리기 운동을 추진해 공장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CCTV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B사는 최근 북한 개성공단에 다녀왔다. 고객사가 중국에 있어 현지 생산이 유리하리라 생각했지만 높아진 인건비가 부담스러웠다. B사 사장은 “정치 상황에 따른 위험이 있지만 인건비 차이가 너무 커 개성공단 이전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음향기기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중소업체 C사는 요즘 높아진 인건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인건비를 낮추려고 2년 전 선전시 공장 규모를 줄이고 동구안시에 새로 공장을 건설했다. 그런데 동구안의 인건비도 그간 급증해 지금은 베트남에 용지를 새로 물색 중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전자업체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자국으로 유턴하거나 동남아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현지민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중국 정부가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인건비가 올랐다.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제조기업을 유치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중국의 입지가 흔들린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시진핑 시대 중국의 경제정책 향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진출 기업은 인건비 상승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제12차 5개년 경제계획, 제18차 당대회 보고, 중앙경제공작회의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시진핑 지도부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준비했다는 이유다. 정부가 소득 불균형 완화, 내수시장 활성화, 대외개방 확대, 산업구조 고도화 등에 중점을 둬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중국 투자가 매력을 잃으면서 국내외 많은 기업이 현지 공장을 철수했거나 검토 중이다. 그 대신 우리나라와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137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동남아 국가에 대한 투자도 상승세다. 지난해 태국 FDI는 무려 63%가 늘었다. 작년 1~9월 인도네시아 FDI도 27% 증가했다.
우리 정부는 `탈중국` 추세에 맞춰 다양한 지원책을 펼칠 계획이다. 국내 산업현장 공동화를 막고 해외 투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국내로 유턴하는 우리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애로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 `국내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유턴 기업 지원대상을 늘리고, 비수도권 투자 기업에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비용구조를 재평가하고, 노동비용과 중국 내수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해 유턴 득실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요한 지식경제부 해외투자과장은 “중국은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 생산지로서 우위를 잃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미국, EU 등과의 FTA 체결 때문에 무관세 수출 등 혜택이 생겨 유턴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정부는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