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식재산권 수지가 `만년 적자`에 허덕인다. 특허출원 건수는 많은 데 비해 특허의 `질적 성장`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2011년 기준 27만9000건으로 세계 5위 수준까지 급성장했지만 로열티를 벌어들일 수 있는 대형 특허는 일부 기업에만 편중됐다. 이런 가운데 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IT 대표기업을 대상으로 맹공을 펼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전자(IT)기업들이 특허권 사용료로 외국에 지급한 금액이 약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특허괴물`로 불리는 해외 NPE에 국내 기업들이 지불한 로열티가 상당액을 차지한다. NPE는 특허를 실제 생산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들에 특허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받아내는 기업을 뜻한다.
미국의 반(反)특허단체 `패턴트프리덤`의 최신 집계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특허괴물에 소송을 많이 당한 기업 2·3위에 나란히 올랐다. 지난해 특허괴물에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기업은 애플(44건)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37건, LG전자가 24건으로 뒤를 이었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43건의 소송을 당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당시 29건의 소송을 당해 순위가 12위에 그쳤던 LG전자는 지난해 특허괴물의 새로운 표적으로 떠오르며 순위가 급상승했다.
국내 IT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특허괴물은 한국에서 매년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세계 최대 특허괴물인 인텔렉추얼벤처스가 3G 관련 특허분쟁에서 국내 기업으로부터 챙긴 돈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인터디지털, 램버스 등 다른 특허괴물도 수천억원을 받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인터디지털의 지난 2011년 전체 매출의 29.1%는 한국 기업들에서 나왔다. 같은 해 캐나다 모사이드 매출의 한국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또 다른 NPE인 아카시아리서치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요 수입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인터디지털, 모사이드, RPX(Rational Patent Exchange)가 한국에서 챙긴 돈만 공시서류상으로 1740억원에 달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