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대에 역행하는 TP구조개편

지난 한해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전국 테크노파크의 최근 변화를 눈여겨 볼 만하다. 회계 처리 곳곳에 구멍이 뚫렸던 일부 기관장은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하차했다. 그사이 테크노파크는 비리 온상으로 여겨져 난타질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비리 혐의를 떠안은 사람은 떠났다. 남은 사람은 대대적 조직개편과 순환인사 이동의 파고를 겪었다.

문제가 된 테크노파크는 재단 내 행정지원실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 특화센터가 독자적으로 수행했던 재무회계 기능을 재단으로 옮겨왔다. 특화센터가 그동안 자율적으로 수행해 투명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이다.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겠다는 의도지만 내부에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행정지원관련 업무와 인력이 비대해지면 간접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부 테크노파크엔 행정지원 인력이 두 배 이상 늘어 간접비 부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TP는 철저히 과제사업비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다. 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총과제사업비에 포함한 30%의 인건비(20%)와 간접비(10%)로 해결해야한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경상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간접비 비중은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다. 행정지원실 등 사업지원인력을 키우는 것은 한정된 간접비 부담을 늘릴뿐만 아니라 자칫 실제로는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지원인력을 사업계획에 반영, 인건비를 책정하는 오류나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더 황당한 것은 최근 각 특화센터에서 다시 행정지원업무를 맡을 인력을 새로 채용한다는 점이다. 재단이 특화센터내 행정지원 업무를 맡아보던 인력을 흡수해가는 바람에 법에 정한 사업인력이 모자라 다시 뽑는다고 한다. 뽑힌 인력은 특화센터 사업인력으로 구분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재단의 행정업무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전담할 전망이다.

결국 테크노파크 행정지원실의 물리적인 통합과 확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낭비적 요소가 될 것이 자명하다. 사업을 지원하는 업무와 인력은 어느 조직이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