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피터팬증후군

성인이 됐지만 어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린이처럼 행동하는 심리 증후군이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이 증상을 보이는 남성이 대거 등장하자, 임상심리학자 댄 카일리 박사가 명명했다. 이 증후군이 예비 중견기업에 나타났다.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올라서야 함에도 이를 거부한다. 몇 곳이 거부하자 다른 기업도 같은 전략으로 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능력으로 치부된다. 상시근로자·자본금을 조정하거나 해외법인 설립 등으로 졸업을 회피한다.

피해는 막대하다. 취약한 경제 허리 역할을 책임질 기업이 없다. 대·중견·중소기업 나름의 역할이 있다. 하나가 약하면 대안은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제 곳에 집행되지 못한다. 중소기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그동안 노하우로 지원책을 싹쓸이한다.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근혜 당선인도 나섰다. 최근 전국상공인 대표와 간담회에서 “`피터팬 신드롬(증후군)` 얘기가 있는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안 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책은 분명히 나온다. 하지만 적당히 해선 안 된다. 지금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대기업에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중소기업 졸업이 적당한 지원으로 해결될 수 없다. 대기업, 글로벌기업으로 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야 한다. 그동안 없던 파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 제도도 돌아봐야 한다. 장기 정책지원 수혜 기업의 지원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좀비기업이다. 혁신과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는다. 정부 자금과 지원에만 의존한다. 성장동력을 찾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지 않는다. 이 같은 기업에게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피터팬증후군은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이 자신에 대한 싫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성장 무기력증에 빠진 기업에게 자신감을 심어 갖고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