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인 신세 `을`의 비애…PCB 업계 "울고싶어라"

인쇄회로기판(PCB) 업계가 최근 불어 닥친 스마트폰 고기능화 열풍에 되레 울상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제품 차별화를 위해 잇따라 고가의 부품을 탑재하면서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공용 부품의 가격 인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PCB 업계는 원자재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지만 소수 대기업이 핵심 소재 유통망을 쥐고 있어 진퇴양난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가 일체형 터치스크린패널(TSP), 롱텀에벌루션(LTE) LDS(Laser Direct Structuring) 안테나 등 고가의 부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원가 상승분을 만회하기 위해 PCB 업체에 최대 10% 이상에 달하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PCB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가격 인하 요구는 늘 있는 일이지만 값 비싼 부품이 집중 탑재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개발 시에 더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공용 부품의 원가를 낮춰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커버유리 완전일체형(G2), 인셀(In Cell) 등 일체형 TSP 모듈은 기존 필름전극방식(GFF) 보다 25% 이상 비싸다. 낮은 공정 수율을 감안하면 원가는 더 올라간다. LTE용 LDS 안테나도 대표적인 고가 부품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설비 투자 비용이 높아 기존 3G용 안테나보다 가격은 몇 배나 높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부품은 공급 업체가 소수에 불과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TSP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최신 부품을 탑재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다른 부품에서 충당하지 않으면 이익 구조를 지키기 어렵다”며 “공급 업체가 많은 PCB, 단자 등에서 원가를 낮춰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PCB 업계는 연성동박적층판(FCCL)·동박적층판(CCL) 등 핵심 원자재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원자재 업체들이 국제 동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 협상에 응하지 않는 탓이다. 특히 원자재 공급 업체는 몇몇 대기업을 비롯해 소수에 불과하다. PCB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협상력을 지닐 수 없는 배경이다. 또 다른 PCB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으로 PCB 생산 수량은 늘었지만 영업 이익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PCB 시장에서 유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