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너지 잡아라]<중> 건물 DNA 바꿔야

파주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채모씨는 올해 누구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한파에도 집 안은 언제나 온기가 가득했다. 난방비용은 월평균 5만원을 넘지 않았다. 지난해 큰 마음먹고 지은 패시브하우스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요즘에는 주변사람에게 패시브하우스 입주를 권유하고 다닐 정도다.

채 씨는 “기술개발로 고효율 건축 자재 비용이 떨어지면서 패시브하우스 건축비용 또한 많이 감소했다”며 “연비 좋고 성능 좋은 차를 선호하는 것처럼 주택성능에 따른 가치를 고려해 패시브하우스 건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위해 건물이 체질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 예가 패시브하우스다.

패시브하우스는 고효율 단열재, 창호를 적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주택이다. 전기 냉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패시브하우스 보급은 전력난 해소와 직결된다.

최근 전기요금 상승, 기술 개발 등으로 패시브하우스 보급 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일반 주택에 비해 건축 비용이 30% 이상 높았다. 최근 국산 건축자재 개발 등으로 건축비 격차는 15%까지 줄어들었다. 투자비 회수 기간 역시 10년 이내로 줄었다.

향후 부동산 거래시 에너지성능정보를 첨부해야 하기 때문에 패시브하우스의 가치는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건물 분야에서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주목받는다. 시스템 보급도 본격 시작됐다. BEMS는 건물의 에너지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에너지소비를 최적화한다.

건축 자재·설비가 하드웨어적인 요소라면 BEMS는 건물 에너지 소비 형태 변화를 유도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단열재·창호·조명설비 효율이 높아도 잘못된 사용습관으로 에너지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연비가 좋은 차를 운전해도 운전자의 습관이 좋지 않다면 기름값을 절약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건물 분야 에너지절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제도개선, 건축자재개발, 관리시스템 보급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효율건축자재 국산화로 건축비용을 낮추고 BEMS 관리 시스템으로 에너지소비를 개선하는 선순환이다.

김인택 에너지관리공단 건축센터장은 “건물분야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며 “제도 안착을 위한 홍보와 더불어 건물에너지절약에 대한 투자가 실제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시장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