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산학연 협력, 미래를 여는 열쇠

27년만의 최고 한파가 찾아 올 만큼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설상가상으로 환율 악재와 고유가로 인한 손실 등 경제 한파가 추위만큼이나 차갑게 불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은 이런 악조건에 고스란히 노출돼 피해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은 중소기업인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T단상]산학연 협력, 미래를 여는 열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수년간 산학연 협력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원장으로 있으면서 최근 3년 동안 250개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했다. 어느 때보다 그들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장기 경제 불황과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맞서 새로운 아이템 개발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음을 토로했다. 가장 큰 고충은 전문 인력의 부족, 재정적 한계로 신기술 개발이나 사업화 성공의 문턱을 넘지 못 하는 경우다.

난관을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기술시장 분석, 유망 아이템 발굴, 기술사업화 지원, 슈퍼컴퓨터 응용, 기술정보 이용 환경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 결과 한 녹즙기 전문회사는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공동 연구를 통해 매출액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많은 중소기업이 꾸준히 KISTI와 협력해 과학기술정보를 활용하면서 기업 운영과 연구개발(R&D)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R&D 기획단계에서 23.6%나 난항을 겪는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중소기업의 성공을 뒷받침한 것은 지속적인 맞춤형 컨설팅이나 연구개발에 필요한 과학기술정보·시장분석자료 제공 등 보다 근본적인 지원이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산학연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한 것이다. 이런 성공의 단초를 중소기업의 경영자, 대학 교수·연구원, 공공기관 전문가 등 1만2000여명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에서 발견했다. ASTI 속에서 기업은 전문가로부터 지식정보를 습득하고 학계와 연구계는 산업현장을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 평가에서 OECD 국가 중 9위를, 연구개발 투자총액, 산학연 공동특허 등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정부와 산학연 모두가 과학기술을 국가경쟁력의 근간으로 삼고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초연구가 다른 연구의 토대가 되고 나아가 응용·개발연구와도 유기적으로 연계, 융합되는 패러다임으로 확장할 때 미래를 여는 열쇠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노키아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태블릿 PC)가 상용화되기 수년 전에 이미 무선통신이 가능하고 터치스크린이 달린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R&D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혁신기술 제품화에 실패했고 애플과 삼성 등 후발주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오늘날의 추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기초연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연구실을 넘나들며 산업화되고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의 교육과학기술부 산학협력부문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각국의 R&D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출연연 수장으로서 긴밀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호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 사업화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다시 한 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산학연의 새로운 산실이 될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과학기술의 봄은 머지않아 찾아오리라 믿는다.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yspark@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