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모바일 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쿼드 코어`와 `LTE`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사용자들이 PC와 같은 사용자 경험을 모바일에서도 추구하게 됐고 단말기 및 프로세서 제조업체들은 이를 위해 코어의 개수를 늘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이른바 머리가 네 개가 달린 `쿼드 코어` 프로세서는 그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이메일이나 인터넷 브라우징은 물론, 동영상 재생, 게임과 같은 고성능 작업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LTE 시대의 도래 역시 이러한 프로세서 성능 경쟁의 배경이 됐다. 기존 3G망에 비해 최대 12배 빠른 데이터접속 속도와 VoLTE,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 등을 위해 기존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프로세서가 필요해졌다. 프로세서의 성능과 속도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바로 저전력이다. 제한된 배터리의 전력으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제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프로세서라도 전력소모가 많다면 시장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 늘어난 성능만큼 이를 최소한의 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세서의 개발은 업계가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당면 과제가 됐다.
모바일 업계의 저전력 화두는 자연스럽게 서버 업계로도 이어진다. 이미 지난해 모바일을 통해 접속 가능한 기기의 수가 전 세계 인구수를 넘어섰고, 1억명 이상의 인구가 한달 평균 1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의 서버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가 바로 전력소모 절감이다. 통상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총 소비전력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바로 서버 컴퓨터의 열을 냉각시키는데 사용된다. 이는 기업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경 문제와도 직결되는데 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세계 항공산업에서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는 단지 업계의 문제로 그치지 않음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높은 성능이 최우선시 되었던 서버 업계에서도 이제는 전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저전력 서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HP의 저전력 서버 프로젝트인 `문샷`이나 ARM 아키텍처 기반 서버용 CPU를 개발하는 엔비디아의 `프로젝트 덴버` 등이 이러한 업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서는 2015년까지 전체 서버 시장 중 저전력 서버 비중이 최대 1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능 게임, GPS와 같이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은 고성능 코어를 쓰되, 이메일, 음성통화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작업은 저전력 코어를 사용하여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프로세서가 속속 발표되면서 올 한해는 저전력 AP 개발 경쟁이 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저전력 구현을 위한 노력은 프로세서를 넘어 시스템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저전력 기술은 단순히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중요한 기술이다. 2013년은 `저전력`을 위한 업계차원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김영섭 ARM 코리아 대표이사/아태지역 본부장 sam.kim@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