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미래 성장 동력인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소 콘텐츠 사업자에 적극 투자해 콘텐츠 산업의 동반성장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1000억원 가운데 600억원은 영상·음악·게임·이러닝 등에 투자하는 투자펀드로, 나머지 400억원은 IBK기업은행과 공동 조성해 동반성장 대출형 펀드로 운용한다고 한다.
KT의 이번 결단이 의미를 갖는 것은 투자뿐만 아니라 초기 사업기획 단계부터 제작·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일단 투자가 이뤄지면 KT그룹 내 콘텐츠 유통 인프라를 지원해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가령, 영상콘텐츠를 올레TV의 PPV에 노출시킨다든지 교육게임은 키봇과 연계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KT와 IBK기업은행이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공동 조성하는 동반성장 대출형 펀드는 중소 콘텐츠 제작사의 초기 프로젝트 기획 및 개발비, 기업운전자금 등 일시적 자금이 필요할 때 활용된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운영 경험을 살려 노하우를 제공하고 KT는 보증보험 출연을 통해 심사기준과 대출이자율을 낮게 책정하도록 지원해준다.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이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이번처럼 원스톱 서비스 형태의 투자지원은 드물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콘텐츠 분야 지원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KT의 투자는 정부 입김에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가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이익을 공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 사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벤처 요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생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내에도 이번 KT 같은 투자모델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