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금융가 관심사는 단연 `절세(節稅)`다. 증권사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는 절세상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몰리는 돈이 이를 증명한다. 분리과세 상품인 유전펀드에만 1조원 가량 몰렸다. 당초 청약 목표액이 4000억원였으니, 연초부터 초대박 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브라질채권이나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절세상품 역시 요즘같이 각박한 시장 상황에 단비 같은 존재다.
세금 덜내는 법 가르쳐 준다는 `절세 세미나`도 인기다. 지난 30일 한 증권사가 유명 세무컨설턴트들을 총동원해 연 `절세 투자전략 세미나`는 빈자리가 없었다. 상당수 고객들이 서서 들을 정도였다.
절세에 관심을 갖는 층은 부유층이다. 금융권 기준으로 말하면 재산이 30억원 이상이거나 금융자산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인 자, 종합소득이 연간 1억원 이상인 개인사업자도 부자로 분류된다.
올 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뚝 떨어지면서, 이른바 부유층들은 세금 회피에 혈안이다. 그럴 만도 하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과거와 같은 부의 축적은 이젠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부의 수성`으로 재산 관리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세금이란 송곳이 주머니를 자꾸만 파고든다.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에만 당장 135조원이 필요하다. 이 돈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정작 세금 낼 사람들은 `절세`에 골몰한다. 이른바 `눔프(NOOMP·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다. 누구나 복지에 찬성하나, 아무도 그 재원이 내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증세 외엔 답 없다. 그렇다면 세율을 올리거나,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 대상의 상당수가 새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다. 저항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딜레마의 해법을 박 당선인은 분명 갖고 있을 것이다. 워낙 `철통보안`이라 게으른 기자들이 취재를 못 할 뿐이라 믿고 싶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