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2월부터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클리어쾀TV를 한국에서 판매한다. 주요 케이블 업계도 3월 말까지 클리어쾀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기술 대응을 모두 마치고 정부 역시 오는 6월 저소득층 대상 시범사업을 예고했다. 상반기 국내에 클리어쾀TV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에 출시하는 신제품 TV에 클리어쾀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LG전자도 2월 클리어쾀 기능을 갖춘 TV 모델 판매에 돌입한다. 보급형 이외 대형 프리미엄 TV 일부에도 기능을 넣기로 했다.
클리어쾀TV는 디지털 케이블 시청자 확대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IPTV, 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 방송사업자와 가입자 경쟁도 촉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작년부터 미국 수출 TV에는 관련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술적 준비가 됐다”며 “아직 국내에서 클리어쾀TV 정책과 표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국내 신제품 TV에도 기능을 탑재해 향후 간단한 소프트웨어 조작만으로 클리어쾀 기능을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LG는 국내 클리어쾀TV가 저소득층 대상 보급형TV로 추진되지만 셋톱박스 없이 유료방송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장점에 주목해 왔다. 이 때문에 20인치대 보급형 제품 이외에 대형 프리미엄 TV에도 클리어쾀 기능을 탑재해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케이블업계도 클리어쾀TV를 위한 기술적 준비를 3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중복채널 방지, 채널주파수 이동 시 자동인식, EPG 규격 맞추기 등 기술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연말 TTA에 표준으로 제안했던 안을 기반으로 기술적 대응체계를 갖춰간다.
방통위는 오는 6월을 목표로 시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시범서비스 이전에 TTA 인증, 시범지역 선정, 지원내용 확정 등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계 기술적 준비가 완료된 후 오는 6월께 지역을 선정해 저소득층 대상 시범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오픈하는 채널 수와 표준 등은 여러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 이외에 향후 클리어쾀TV 시청 대상자 확대, 채널 수 확대를 놓고 앞으로도 업계 간 공방이 예상된다. TV제조사와 일부 케이블 업계는 저소득층 이외의 모든 시청자들에게 클리어쾀TV를 확산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반면에 서비스에서 배제된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 등은 저소득층 이외 사업의 확장에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클리어쾀TV의 확산을 위해서는 엇갈리는 사업자 간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부처 개편으로 소관 업무를 방통위와 신설 미래창조과학부 가운데 어느 쪽에서 맡는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전지연기자
클리어쾀(Clear Qam) TV=셋톱박스가 없어도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TV를 말한다. 디지털 케이블 방송은 쾀(QAM)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송을 시청하려면 QAM을 다시 풀어주는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클리어쾀 TV는 이런 기능을 TV에 내장한 것이다. 시청자는 셋톱박스 임대비용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