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서 비경영 학문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접목하는 `크로스 캠퍼스(Cross Campus)` 시도가 활발하다. 공대·법대·의대·예술대 등 대부분 학부에 걸쳤다. 스타트업 창업 열풍, 청년 성공 CEO 탄생 그리고 학문 실용화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카츠 세인트루이스대 존쿡경영대 기업가정신 교수와 스콧 칼슨 카우프만재단 패스트트랙 부사장은 최근 전자신문 기자와 만나 이 같은 트렌드를 전했다.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창업교육센터 교원연수프로그램`에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크로스 캠퍼스는 이공계와 같은 비경영학과에서 기업가정신 등 경영학을 접목하는 시도다.
카츠 교수는 “크로스 캠퍼스는 대학가에 `뜨거운 이슈(Hot new thing)`로 미국 전역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유럽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카츠 교수는 배경으로 “의대생과 법대생 모두 의사·변호사로 결국 창업한다”며 “기업가정신은 모든 잠재 창업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의 비즈니스(창업) 관심이 커진 것도 확산에 영향을 줬다고 소개했다. 카츠 교수는 “훌륭한 엔지니어가 20만원짜리 무선마우스를 만들었다면 이를 구매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교수는 학생에게 시장을 이해하는 연구를 하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크로스 캠퍼스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경영학과·비경영학과 교수가 함께 강좌를 개설하거나, 비경영학과 교수가 기업가정신을 자신의 학문에 맞게 접목해 강의한다.
크로스 캠퍼스 열풍에 카우프만재단도 일조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카우프만재단은 기업가정신 연구와 확산 역할을 한다. 재단은 학생 기업가정신 확산 일환으로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기획해 펼친다. 청년의 성공 스타트업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칼슨 부사장은 “경영대만이 아닌 이공대·예술대 등 다른 학문 분야에도 기업가정신 연구 수요가 있어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초기에는 청년 예비창업자만 대상이었지만 최근 비경영대 교수를 위한 교육도 많이 펼친다”고 말했다. 재단은 크로스 캠퍼스 확산 이전인 1990년대 말부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했다. 매년 10여개 대학을 선발, 자금도 지원한다.
이들은 기업가정신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고 전했다. 칼슨 부사장은 “최근에는 기업가정신 학습이 고등학교 때부터 이뤄진다”며 “청년이 열정을 갖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놀라운 성공 스토리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카츠 교수는 “기업가정신은 비즈니스 창출을 의미한다”며 “한 나라 경제 성장 여부는 청년 기업가정신 수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츠 교수는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을 예비 창업자의 기업가정신 확산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성공 조건으로 기업가정신과 함께 `네트워크`와 `열정`을 강조했다. 카츠 교수는 “기업가는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하우(Know-how)를 익히고 전문인력(Know-Who)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슨 부사장은 “새 비즈니스에 두려움을 갖지 말라”며 “멘토가 될 수 있는 임원이나 창업가와 지속적인 네트워크 관계를 유지하고 이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비즈니스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제롬 카츠 세인트루이스대 교수=하버드대 교육대학원 석사, 미시건대 조직심리학 박사다. 대학 기업가정신센터 이사와 빌리켄 엔젤네트워크 이사로 활동중이다. 기업가정신 주요 학회지 편집위원이며 200여 대학에서 사용하는 기업가정신 교재 저자다. 기업가정신 교육과 암 치료와 발달장애자 지원 활동을 펼친다.
※스콧 칼슨 카우프만재단 패스트트랙 부사장=워싱턴대 오린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28년간 기업교육개발업체에서 근무했다. 15년간 창업과 사업 경험도 있다. 패스트트랙은 카우프만재단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이며 동시에 교육을 담당하는 자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