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車 시장, 꼴찌들아 힘내라

얼마 전 겨울코트를 샀다 낭패를 봤다. 오리털이 너무 빠져 실내에서도 코트를 벗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서비스센터에 AS를 맡겼더니 뜻밖에 요청하지도 않은 환불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역시 대기업은 다르구나`라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보자. 코트 시장이 독과점 상황이라면 과연 수십만원짜리 오리털 코트를 흔쾌히 환불해 줬을까?

답은 뻔한 것이다. 아마 `오리털은 원래 빠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이 돌아왔을지 모르겠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한 지인이 유명 수입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엔진이 꺼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 차를 판 딜러에게 갔더니 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자동차 엔진은 원래 꺼질 수 있는 겁니다.” 코트 사례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 대응인가. 국산차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이 두 가지 점에서 왜곡됐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를 보면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특정 기업의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그나마 수입차를 포함하니 이 정도다. 국산차만 놓고 보면 80%가 넘는다. 명백한 과점이다. 다른 산업에서 이런 일은 생각할 수 없다. 공기업에서나 가능하다. 이러니 `내수용 수출용 역차별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독일계 럭셔리카가 줄곧 1, 2등을 다툰다. 대중 브랜드는 늘 뒤처진다. 이런 나라가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선 비싼 차가 잘 팔린다. 과시적 소비경향이 강해서다. `갖다 놓으면 팔린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입차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예전에야 `안사면 그만`이라고 했지만 요새 같은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서야 이래선 곤란하다.

기대해볼 것은 시장경쟁뿐이다. 시장이 다양해져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차가 많아져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선두 업체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하위권 업체들이 분발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감은 물론이고 한국 자동차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꼴찌들의 반란`이 기대되는 이유다. 꼴찌들아 힘내라!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