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2.0]<1>청년 창업 생태계를 만들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대학생 창업관심도 및 청년창업 활성화 과제

`전자신문이 올해도 변함없이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2010년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제일 먼저 사용하면서 청년 창업 붐을 주도했던 스타트업 활성화 캠페인이 벌써 3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기업가 정신 고양을 위해 앞장섰던 전자신문은 2013년 계사년에도 스타트업 시장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입니다.

올해 `스타트업 2.0`이라는 테마로 스타트업 활성화의 걸림돌인 각종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선진 창업문화를 소개하고 알짜 스타트업 발굴에도 앞장서겠습니다. 무엇보다 초기 기업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단순한 지면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새싹포럼, 경진대회, 스타트업 페스티벌 등 스타트업 기업인을 춤추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조경제시대입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사례는 벤처 창업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보여줍니다. 청년실업 문제도 해법을 벤처와 창업에서 찾아야 합니다. 대학을 희망의 창업기지로 만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발언 내용이다. 지난달 말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언급했다. 이달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 큰 그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 시각은 정확하다. 창조경제시대가 도래했다. 국가 경제시스템은 거기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다. 주요국과 비교해 자원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믿을 것은 `사람`뿐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 오히려 그 비중은 커진다.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그 어떤 자본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시대다.

분위기는 좋다. 2~3년 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창업 붐이 거세다. 전자신문이 지난달 오픈서베이와 공동으로 대학생 600명(남학생 300명, 여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창업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4.7%가 `창업에 관심 있다`고 답했다. 여학생 비중도 60%를 넘었다.

스마트혁명 여파다. 1990년대 말 인터넷 발 벤처 붐을 연상시킨다. 오히려 상황이 좋다. 1990년대 말과 비교해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서버 등 인프라 투자비용이 대폭 감소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무료 또는 매우 적은 비용으로도 과거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는 100달러만 있으면 사업할 수 있다고 한다. 노트북이 있다는 전제로 한 앱 등록비용이다. 물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개발력이 갖춰졌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기회는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일자리 부족이 하나의 원인이다. 각국은 해법을 스타트업 창업에서 찾는다. 기업가정신을 연구하는 스콧 칼슨 카우프만재단 패스트트랙 부사장은 “새로운 일자리가 대부분 5년 이하 스타트업에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바로 사회에 투영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경영학과에서 기업가정신 접목 시도가 활발하다. 일명 `크로스 캠퍼스(Cross Campus)`다. 비경영학 전공자도 창업 수요가 많아서다. 제롬 카츠 세인트루이스대 존쿡경영대 기업가정신 교수는 “크로스 캠퍼스가 대학가에 `뜨거운 이슈(Hot new thing)`로 이는 미국 전역에서 나타난다”며 “유럽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책적 관심과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선순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완벽한 생태계를 갖췄다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투자시장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265억달러(약 28조8000억원)다. 우리나라 투자규모 1조2333억원과 비교해 23배가량 많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고려하면 크게 낮지는 않다. 하지만 허수가 있다. 엔젤(개인투자자) 투자다. 미국에서는 파악하지 못하는 자체 엔젤투자 규모를 벤처캐피털 투자의 80~100%로 본다. 벤처 투자 규모가 연 500억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투자 회수(Exit) 시장도 문제다. 벤처 자금줄이라는 벤처캐피털은 오로지 코스닥 시장만을 봐야 한다. 인수합병(M&A) 시장이 취약해서다. 통계를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에서 벤처캐피털 자금 회수 방법은 M&A가 322건이다. 나스닥 등 상장(IPO) 회수 40건보다 8배 많다. 전년도인 2011년도 M&A가 506건, IPO가 52건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 M&A 회수는 사례조차 찾기 힘들다.

이는 벤처캐피털과 이들의 동반자인 투자자(LP)에게는 큰 마이너스 요소다. 경기가 침체되면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가치가 내려간다.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은 벤처기업이 상장을 꺼린다. 투자 3~5년 후 회수에 나서야 하는 벤처캐피털은 피가 마른다. 단기간에 M&A 시장이 커지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할 때 코스닥 시장을 다시 봐야 한다.

산업계는 지금의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 2부시장이라고 비판한다. 기술력을 갖춘 우량 스타트업·벤처가 시장에 들어가 자금을 조달해 성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한 벤처 대표는 “코스닥이 검증된 벤처만을 받아들이면 이게 기술시장으로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기업이 진입하고, 시장성을 상실한 곳은 퇴출되는 그런 구조가 돼야 벤처산업이 역동성을 띤다.

실패 후 재도전 문화 정착도 시급히 선결해야 할 과제다. 벤처 거품(버블) 붕괴 여파로 적지 않은 인재가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과거 선배의 실패 후 좌절을 듣고 봐 와서다. 대학생 창업 설문조사에서도 `차기 정부 청년 창업 활성화 과제`로 가장 많은 28.2%가 `실패 후 재기 가능한 환경 구현`을 꼽았다. `창업 자금 확대`(22.0%) `창업 컨설팅(멘토링) 지원 확대`(19.8%)보다 많았다.

스타트업 창업가도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한 스타트업 투자자는 “창업자 상당수는 카피캣(모방자)에 불과하다”며 “취업이 힘들어 창업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를 이끌 스타트업과 벤처는 카피캣이 아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계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강한 신념과 확신을 가진 인재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연초 신년인사회에서 “벤처가 성장해 온 길을 보면 어느 시기나 난관과 위기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창의력과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민관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배려는 우리 스타트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