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는 클러스터의 대명사다. 스탠포드, 버클리, 샌타클래라 등 명문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첨단 기술 연구단지다. 세계적인 클러스터의 `롤` 모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어느 누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이 곳에는 끊임없이 세계 유수의 많은 업체들이 몰려들며, 자본이 넘쳐난다. 컴퓨터,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통신 등 세계 IT 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인기가 시들 법도 하나 실리콘밸리의 혁신 역량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중심 지역인 샌타클래라 카운티는 미국 대도시 지역중에서 근로자당 특허출원건수가 가장 많은 도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조사를 시작한 1988년 이후 지금껏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클러스터를 이룬 구성원들이 얼마만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덕밸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개발(R&D)중심 클러스터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1990년대말부터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당시 대덕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뛰쳐나온 연구원들이 너도 나도 창업에 뛰어들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대덕밸리는 흘러간 시간만큼 한층 성숙됐다. 그간 배출한 코스닥 상장기업만 27개사나 된다. 실리콘웍스, 골프존, 이엘케이는 이제 수 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역에 대기업과 시장이 없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일궈낸 성과라서 더 값지다.
최근 대전시 주도로 대덕에서 닻을 올린 비즈클럽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대덕특구 역량과 인프라를 총 망라한 산학연관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8~9년 전 대전시 주도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4+4 클러스터`꼴이 나선 곤란하다. 말만 거창한 시작보다 구성원간 자율적인 모임으로 대덕 발전을 도모하는 장이 돼야 한다.
신선미 전국취재 차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