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시만텍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 엔터프라이즈 분야의 산증인이다. 1984년 쌍용정보통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정 대표는 HP가 여의도 고려증권 빌딩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현장에 서 있었다. 사무실 한 켠에 있는 기자실도 그가 만들었기 때문에 애정은 남다르다.
15년이라는 다국적 기업 근무 경험은 그에게 글로벌 스탠더드 감각을 심어준 것과 동시에 한국식 영업과 마케팅에 대한 식견도 자연스럽게 높였다. 정 대표는 100여명 남짓인 시만텍코리아 직원들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 가끔 산행도 함께 한다.
2010년 세계 최대 보안기업 시만텍으로 자리를 옮긴 정경원 대표는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이 조화롭다. 그는 “국내에서는 한국 기업과 함께 가야한다”고 단언한다. 실제 시큐아이닷컴과 협력관계를 갖고 영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KT와는 지난해 10월 보안사업 공동 전개를 위한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시만텍은 엔드포인트 통합보안을 비롯해 모바일 보안, 데이터 손실방지 등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보안에 관한한 종합선물세트를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모든 보안 기업이 사실상 잠재적 경쟁상대다.
시만텍코리아의 매출은 7조원을 넘는 본사 매출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좁은 한국시장에만 머물지 않으려는 방침도 그의 생각이다. 그는 본사에
제품개발 요청과정에서도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한다.
한국에서만 판매 가능한 제품 개발을 본사가 흔쾌히 수락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접근한다.
정 대표는 “중국과 일본은 한국에 비해 시장규모가 크다”며 “3개 국가 모두 판매할 수 있는 API를 갖춘 제품이라면, 본사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국내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올해 마의 1% 벽을 넘는 것을 개인적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만텍에 공공부문 시장 진출은 난제 중 하나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유무형의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대표 역시 CC인증을 통한 공공사업에 관심이 높다. 과거 행망 영업 및 마케팅을 해 봤기 때문에 이 시장의 법칙도 훤히 아는 편이다.
정 대표는 “모바일망 개방과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거대한 시대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만텍은 모바일 환경에서 악성코드 침입을 막을 수 있는 보안 솔루션 기술을 갖고 있다. 그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외부의 침입을 원천 차단하는 랩(Wrap)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 환경에서의 방화벽처럼, 무선 IT환경을 커다란 동심원 형태의 비닐로 덮는 방식이다. “우리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보안 기술을 갖고 있다”는 그의 말은 넘기 힘든 강을 바라보는 사공의 심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