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완성도 미비로 국가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 사업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팹리스 반도체 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구·개발·설계·생산 능력까지 보유한 전문회사가 AMI용 칩 개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업계 따르면 지상파 DMB 수신칩 전문업체인 아이앤씨테크놀로지가 AMI용 PLC(전력선통신)칩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칩 업체들의 기술적 대응 미비와 제품 완성도 부족이 사업 참여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회사는 지난해 말 20여명의 개발 조직을 구성하고 PLC칩 개발에 착수했다. AMI 구축 사업용 PLC칩을 포함해 표준이 다른 해외 시장용 칩도 개발할 방침이다. 개발까지 최소 1년여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자체 개발과 동시에 협력업체를 통한 기술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PLC 용도가 AMI 이외에 전기차 충전인프라와 스마트가전, 조명 제어 등에도 활용 가능해 추가 시장 선점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아이앤씨테크 관계자는 “다양한 통신칩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PLC뿐 아니라 LTE와 와이브로 관련 통신 칩도 개발 중으로 아직 회사 입장에서 공식화할 단계는 아니다”며 “PLC는 우리나라 AMI 구축 사업은 물론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산업에도 시장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이앤씨테크의 시장 참여로 국내 독점적 경쟁체제가 무너지면서 관련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칩 업체 두 곳 이상이 AMI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데도 참여업체 두 곳이 전부라 사업 진행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시장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1조1367억원을 투입, 저압수용가 1800만호에 AMI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 첫 해인 2010년 50만호 사업에서 PLC 불량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2년 만에 재개된 지난해 사업마저도 동일한 핵심 부품의 기술 부족으로 인한 성능시험(BMT)장비 조작 의혹으로 현재까지도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