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화학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백 척의 장대 끝에 서 있더라도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박진수 LG화학 사장의 일성이다. 박 사장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점이라 어깨가 무겁다”며 “범용 제품에서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전환해 수익성을 더 올리는 노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가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놨다. 그럼에도 지난해보다 좋은 실적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작년 4분기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힘겨운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석유화학·정보전자소재 분야는 고부가 제품에 주력하고 2차전지는 하이브리드자동차(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시장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해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추격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7.8% 정도 성장했고 올해는 그보다는 호전될 것이다.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간 것도 사실이지만 현지시장 수요증가로 인한 전체 수입량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며 “오히려 차별화된 제품으로 수익성을 더 올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이 취임 후 강조한 것은 실행력과 뺄셈론이다. 그는 현장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자다. 15년 이상 생산 공장을 누비며 쌓은 경험이 지금 박 사장에게 큰 힘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지론이다.
불필요한 격식은 질색이다. 취임 후 생산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형식적인 보고는 일절 받지 않았다. 대신 4시간가량을 걸어서 현장 직원을 모두 만났다. 박 사장의 뺄셈 경쟁력은 원가 절감에서도 드러난다. LG화학은 에너지 절감 활동으로 한 해 약 1000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올해 투자는 석유화학부문의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고흡수성 수지(SAP)와 고기능성 합성고무(SSBR) 생산 능력 확충, LCD 유리 생산라인과 전지부문의 폴리머전지 설비 증설 등에 들어간다. 신규 투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정보전자소재다. 1조3600억원의 신규 투자 중 7400억원이 정보전자소재 사업에 투입된다. 그 중 대부분은 LCD 유리 설비 투자에 집중된다. 한 개 라인으로 양산 중인 유리 라인을 내년까지 1~2개 더 확충할 계획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