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발빠른 삼성전자는 이런 방법을…

해외 우수 기술 확보 경쟁력 높일 적기

수출기업들에는 직격탄인 원화 강세, 달러·엔화 약세를 해외 우수기술과 자산을 확보할 인수합병(MA&)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경영난을 겪는 일본 원천기술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율로 인한 수출 경쟁력 하락은 이미 대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2.7%에 이르는 기업이 환율 피해를 겪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올해 3조원 내외의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힐 정도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원화가치 상승 시기는 상대적으로 해외 자산이나 유망 기술을 값싸게 인수할 기회다. M&A 중개업체 제이무어파트너스 오덕환 대표는 “우리 대기업의 재무 상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으로 해외 기술과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높일 적기”라며 “원화 강세기에 해외기업인수 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 회사는 11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미국 실리콘밸리 대응을 강화한다고 5일 밝혔다. 1억달러 규모의 삼성촉진펀드를 조성, 초기단계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해외 투자를 위해 지난해 8월 실리콘밸리에 삼성 전략·혁신센터(SSIC)를 개설했다. 한국과 이스라엘 등에도 지사를 냈다. 삼성전자는 10억달러 규모의 기존 삼성벤처스 아메리카펀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규모의 글로벌 기업 M&A와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엔 미국의 컴퓨터단층촬영(CT) 의료기기 업체인 뉴로로지카를 인수했으며, 스마트폰용 S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와콤에 53억엔(약 63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와 M&A는 환율 영향보다 중장기 사업계획에 의한 것”이라면서도 “원화가 강세일 때 해외 투자를 단행하면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고, 자산 가치 상승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황을 겪는 일본 우량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말 일본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한 중견기업 대표는 “일본에서 60, 70년 업력의 원천기술 보유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며 “100억원이면 경영권을 확보할 알짜 회사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환율변동에 대한 정책 대응도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략적 해외투자에 대한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는 것. 특히 기업들의 해외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여주는 노력도 중요하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해외투자 확대는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기업 해외투자에 세제 혜택이나 규제완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