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고유 문화 시급히 만들어야"

“카이스트(KAIST)는 5년, 혹은 10년 후에 정말 좋은 대학이 될 것입니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KAIST가 세계 10대 대학에 들어갈 것”이라며 “젊고 좋은 교수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이라고 내다봤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고유 문화 시급히 만들어야"

서 총장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KAIST에서 최선을 다해 후임 총장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떠날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첫 번째로 총장과 발전재단 이사장직 분리 약속을 꼽았다. 그는 “이번에 떠나면 다시 KAIST를 찾지 않을 것”이라며 “(전임이 찾거나 어떤 말을 하면 후임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급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KAIST가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문화, 특히 윤리를 강조했다.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아쉬운 점으로 문화를 만들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는 “세계 일류대학은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그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윤리, 특히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조용히 자기 분야를 깊게 연구하는 분이 많아야 하고 이런 분이 존경을 받으면서 세대가 바뀌어 가면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동료 간에도 그런 가치관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학자는 주변에 있는 교수, 동료 연구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경쟁하는 사람”이라며 “역사에 자신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 총장은 “총장은 비전을 만들고 비전에 맞게 방향을 정하고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며 “총장은 매니저가 아닌 리더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23일 미국으로 떠나 MIT에 머물며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책과 시스템 설계를 바탕으로 한 이노베이션 관련 책 등을 집필할 계획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