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시너지 큰 `대기업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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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달러 vs 10억달러`

미국 대형 제약사가 추정하는 두 가지 신약 연구개발(R&D) 비용이다. 전자는 `자체 개발`, 후자는 `외부 조달`이다. 외부는 벤처 또는 벤처가 만든 신약 개발 결과물 인수다. 글로벌 최대 바이오·제약시장 미국 보스턴 제노스코 고종성 R&D센터 CTO는 “대형 제약사는 조직이 커져 혁신이 힘들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한다”고 말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이다. 고 CTO는 “최근 10년 신약 분석 자료를 보면 대기업보다 벤처가 개발한 것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의 힘이다. M&A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크다. 대표적인 것이 `스피드(속도) 경영`이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엔 기술이 일정 기간을 두고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지금은 기간이 대폭 줄었다. 신기술도 곧 진부한 기술이 된다”며 “대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취향을 쫓아가려면 M&A를 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기업이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와 `스피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지금은 스피드라고 덧붙였다. 속도가 느리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M&A는 공룡 조직의 혁신성 유지에도 기여한다. `이 정도면 됐다`는 안도를 막는다. 지속적인 혁신을 촉구한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기업이 외부에서 수혈하는 기술은 대개 자체적으로도 이뤄진다”며 “외부 조달은 곧 `자체 개발은 실패`다. 기존 인력에게는 `외부 인력에 밀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준다”고 설명했다. 외부 수혈조직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시간 의사결정으로 제품을 개발해 공룡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역동적이다. 자연스럽게 그들 행보는 주목을 받는다. 기존 인력에게는 충분히 자극요인이다.

국가 혁신 측면도 빼 놓을 수 없다. 고종성 CTO는 “대기업은 95% 확신이 있을 때 개발하는데 벤처는 70%만 되면 착수한다”고 말했다. 벤처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인 이유다. 문제는 이들 벤처 `개발비 회수(Exit)` 부문이다. 기술을 상용화해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면 문제가 안 된다.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한 후 제품으로 완성하는 과정과 홍보·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제때 자금 조달이 안 되면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한다. 추가 개발비 확보에 실패하면 자연스럽게 혁신성을 잃는다. 결국 정부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한다.

여기에는 벤처창업가 욕심도 작용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외부 인수에 반대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다르다. 3D영상 기술업체 카네스타 짐 스페어 CEO는 2년 전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벤처가 큰 꿈을 이루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과감히 회사를 매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수개월 후 MS에 매각됐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진 벤처 투자와 인수에 나설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기업은 시장에서 쓸 기술만 찾다 보니 마땅한 곳을 못 찾는다”며 “인수해 키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대기업이 M&A에 나서면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지적한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국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한중일 해외기업 M&A 추이(단위:건)

※자료:삼정KPMG(제퍼 자료 인용)

【표】대기업 M&A 효과

-스피드 경영 구현

-신기술 개발비 절감 및 새로운 아이디어 확보

-정체 조직에 역동성 부여

-지속적인 혁신 스타트업·벤처 등장 유인

[해설]시너지 큰 `대기업 M&A`


김승규·김준배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