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공시 추진

`숨겨진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는 친족기업 간 편법 거래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5일 “총수의 친인척이 사주로 있는 친족기업과 이뤄지는 거래 현황을 대기업집단이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방식의 친족기업 간 대규모 거래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 공시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를 의무화하려면 공정거래법을 고쳐야 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비상장사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제11조가 개정 대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 2항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사이에 이뤄지는 상품·용역 거래나 주식·부동산·자금 거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제11조 3항은 비상장 계열사의 대주주 주식보유·변동 현황, 자산이나 주식의 취득·증여·담보 제공 등을 공시토록 한다.

공정위는 이 두 조항을 근거로 매년 대기업집단 내부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어떻게, 어느 규모로 이뤄지는지 치밀하게 점검해 실태를 발표한다.

여기에 친족기업 간 거래까지 공시 대상이 되면 총수 주도로 이뤄지는 재벌그룹 일감 몰아주기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계열사 등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은 변칙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내게 하겠다고 밝혔다.

재벌들은 이를 회피하려고 친족기업과 거래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수법으로는 그룹 계열사 광고물량의 60%가량 수주하던 계열사 A사가 친족기업인 B사에 물량의 절반을 넘겨주고, 대신 B사 물량을 받아오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렇게 하면 A사는 계열사 물량 비중을 30% 이하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나, 공정위 공시가 의무화하면 그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있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를 올해부터 강력히 제재하면 대기업들의 회피 `꼼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 의무화는 이런 부작용을 들춰내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