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치에 매력잃은 한국 금융

ING생명, 우리아비바생명, 골드만삭스자산운용, HSBC소매금융 영업부문, 바클레이즈캐피털증권, RBS(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이들 외국계 금융사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최근 몇 달새 한국을 떴거나, 뜰 준비를 한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맥을 못추는 대한민국 대표 종목,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외국인의 매도가 하락세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이들이 내세우는 철수 이유는 하나 같이 `본사의 구조조정 일환`이다. 근데 왜 그 칼 끝이 매번 한국에만 겨냥되느냐란 질문엔 말꼬리를 흐린다. 아무리 대장주라 해도 시장 자체가 하락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코스피를 제외한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증시지수는 새해 들어 플러스 수익률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답이 궁해진다.

한국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던 구호가 우리 금융당국의 사무실 곳곳에 걸려 있던 게 불과 몇해 전이다. 이젠 이 식상한 문구조차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우리 금융시장이 왜 이리 매력 없어진걸까.

얼마 전 그 해답의 단초를 한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찾았다. 무디스는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신용평가용 질문서를 공식 발송했다. 질문 요지는 이렇다. “대출이자와 각종 수수료율 인하 등 은행의 공익 추구와 수익성간 상관관계를 설명하라.”

대선이 있던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사회적 책임 강화에 나섰다. 각종 대출이자를 낮춘 반면, 예금이자는 높여줬다. 미소금융에 출연하고 비교적 중산층에 속하는 하우스푸어들에게도 대출금 상환을 일부 유예해줬다. 그 결과 신한·KB·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시중은행의 순익은 전년 대비 20~30% 가량 감소했다.

중소기업 고객을 상대로 `작정하고` 이자율 인하를 선언한 모 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만 4000억원의 수익 감소를 각오했다. 국책은행인 이 은행이 매년 정부에 내는 배당금만 1000억원 가량 줄어들 판이다.

2013년 2월 대한민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Aa3`이다. 대한민국의 `은행` 신용등급은 이보다 낮은 `A1`이다. 이 간극이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현주소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