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조기성 KTR 원장, 시험인증 시장 독립해야

“우리나라 연간 무역규모는 1조달러가 넘습니다. 그러나 수출입 품목 대부분의 시험인증을 해외 기관에 맡기고 있어요. 시험인증 권리를 내주는 것은 경제 주권을 뺏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사람]조기성 KTR 원장, 시험인증 시장 독립해야

조기성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은 시험인증의 중요성을 이 같이 역설했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확산되면서 관세 장벽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대신 환경·보건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다. 시험인증 시장이 최근 급성장한 배경이다.

세계 시험인증 시장은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험인증 인프라는 매우 뒤처졌다. 대다수 시험인증기관이 해외 시장보다는 국내 시장 중심으로 운영돼온 탓이다. 국내 시험인증 시장조차 60% 이상을 해외 업체가 차지한다.

“세계적인 시험인증기관이 없다보니 우리 기업들은 해외 업체에 항상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해외 기관들은 시험인증을 빌미로 폭리를 취할뿐만 아니라 시간을 질질 끌기 일쑵니다.”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시험인증 절차 탓에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것은 기업에 치명적이다.

조 원장은 KTR에 부임하자마자 해외 거점 확보에 나섰다.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는 게 우리 시험인증기관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일지사와 중국지사를 바로 설립했다.

당시 KTR는 우리 기업들조차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갖은 노력 끝에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맺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KTR에 시험인증 의뢰가 쏟아졌다. 낮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다.

KTR는 지난해부터 다시 해외 거점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시험인증기관을 설립했다. 올해는 중국 현지 기업과 손잡고 항저우에 합작사를 만든다.

“최근 여러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실시한 시험인증만 인정하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해외 기반이 없는 시험인증기관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겁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3국 관세 동맹을 맺으면서 기존 인증마크인 GOST-R를 올 3월 CU로 바꾼다. CU는 자국 내에서 진행한 시험인증만 인정한다. KTR가 지난해 서둘러 모스크바 법인을 만든 이유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속지주의에 기반한 시험인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조 원장의 올해 숙원사업은 미국에 KTR 시험인증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일본 기관에 수출품 시험인증을 맡기고 있다.

“해외 기관에 빼앗긴 시험인증 주권을 되찾는 게 우리 기관의 목표입니다.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 글로벌 톱 5위 시험인증기관으로 반드시 자리 잡겠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