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으로 유명한 영국 옥스퍼드대학출판사는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사회·문화적으로 새 조류를 형성하고 한 해를 꿰뚫는 단어를 고른다.
`사이버 절교(unfriend·2009년)` `쪼들린 중산층(squeezed middle·2011년)` `총체적 난맥상(omnishambles·2012년)` 등 무릎을 `탁` 하고 칠 만큼 큰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어들을 잘도 끄집어낸다.
언어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다. 쓰이지 않아 사라지기도 하고 혜성같이 등장해 유행을 타기도 한다. 하물며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정보통신기술 분야 용어는 호흡이 더 짧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복잡한 기술과 외국어를 포함한 용어가 많다 보니 좀처럼 읽기도,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면서 이 기술용어를 등한시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기술이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증샷` `LTE` 같은 단어를 모른다면 대화가 어색해지기 십상일 것이다.
기술 용어에는 `미래`가 숨어 있다. 돈이 될 수도, 직업이 될 수도, 국력이 될 수도 있다. 열심을 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ICT 시사용어 300`은 미래의 창을 여는 과학·정보통신기술의 열쇳말을 담았다.
태양흑점 폭발, 담달폰, 게임 셧다운 제도처럼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들었지만 낯선 용어가 쉽고 자세히 풀이돼 있다. 빅데이터, 스마트그리드, 클라우드컴퓨팅, 시(C)-산업 등 미래 먹거리로 등장한 신기술에 대한 명쾌한 해석도 담겼다. 아인세(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 같은 IT 분야 새 유행어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용어마다 곁들인 사진은 현장감과 함께 이해도를 높인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300개 용어마다 붙인 `한 줄 정의`다.
스크린샷을 `컴퓨터나 휴대폰 등에 구현한 화면을 갈무리하는 일`, 섬네일을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자책 같은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따위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줄여 화면에 띄운 것`으로 정리해 낸 문장에 시선이 다다르자 `아하!`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 나왔다. 이렇게 쉽게 표현할 수도 있었구나.
많은 이가 ICT 용어의 의미를 알아내고자 포털의 검색창을 이용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풀이한 사례도 적고 심지어 풀이가 더 어려운 때도 많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쓰레기 정보가 너무 많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문장은 더 빛난다.
편집진이 용어를 골라낸 방법도 주목할 만하다. 2012년 한 해 언론에서 쟁점화됐던 ICT 분야 이슈와 새롭게 등장한 신기술, 그리고 기술산업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가 발표했던 보도자료 등에서 핵심어를 선택한 것이다. 사람과 기술과 돈이 맞물리는 지점이다.
바야흐로 ICT 용어의 시대다. ICT 용어에는 미래를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나 취업시험 준비생뿐만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어 하나로 지구촌을 꿰뚫는 옥스퍼드 사전처럼 ICT 분야 최신 흐름을 관통하는 살아숨쉬는 용어사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전자신문 출판팀 지음.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감수. 전자신문사 펴냄. 1만50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