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보호 케이스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기대했던 애플 아이폰5가 저조한 판매 수량을 기록하며 보호 케이스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기업이 초기 시장을 장악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 국내 중소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 업체들은 쌓여가는 재고에 한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휴대폰 보호 케이스 업체들은 아이폰5용 제품의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아이폰5 가입자가 150만~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대폭 확대했지만, 판매 수량이 기대를 크게 밑돌며 대부분 재고로 전락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3GS, 아이폰4의 2년 약정기간이 끝나는 가입자 수를 예상해 아이폰5 보호 케이스 물량을 준비했다”며 “현재 국내 시장의 판매 수량은 당초 목표의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초기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다는 점도 판매 부진의 한 요인이다. 통상 보호 케이스는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된 후 1~2개월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자사 협력사로 등록된 인케이스 등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에게만 신모델의 외부 설계 도면을 제공한다. 글로벌 액세서리 업체들이 애플의 신모델 출시와 거의 동시에 보호 케이스를 선보일 수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글로벌 액세서리 업체들의 해외 판매망에 자사 신모델을 전면으로 내세워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설계 도면을 입수하기 어려운 국내 업체들은 직접 구입한 휴대폰을 바탕으로 자체 설계를 진행한다. 휴대폰의 각 부위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측정 장비가 필요해 비용 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보호 케이스 출시는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해외 업체들보다 최소 한 달 이상 늦다”며 “가장 큰 수요가 발생하는 시기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재고 처리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아이폰5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5용 제품은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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