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일 자동차 부품 수출규모는 전년도보다 12.7% 늘어난 7억8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일 수출 규모가 전년도보다 2.1%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인 일본에서, 그것도 그동안 철옹성이나 다름없던 자동차 부품 시장에 국산 제품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은 기적에 가깝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완성차 업체의 조달전략 변화가 직접적인 요인이었지만 우리 기업에는 다시없을 좋은 기회다. 일본 기업들은 대지진 이후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국내에 직접 생산 거점을 두거나 연구개발(R&D) 기능을 이전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자동차 업체가 국산 자동차 부품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세계 자동차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완성차와 함께 부품 기술 수준도 인정받은 셈이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시장은 뚫기 어렵기로 소문난 분야다. 사람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제품 신뢰도는 생명과도 같다. 자동차 업체가 부품 조달 기업을 자주 바꾸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번 신뢰를 얻으면 오랫동안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새로 시장을 개척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이제 국산 부품 수준을 일본 제품과 비슷하게 보거나 일부 품목은 더 좋게 평가한다. 최근 일본 혼다와 함께한 `자동차 부품 플라자` 행사에는 예상보다 많은 1230명이 참가하는 등 바이어의 관심도 뜨겁다고 한다.
일본 자동차 업체가 국산 부품을 주문하기 시작한 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 가격 경쟁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 높은 기술력과 신뢰로 다가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