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산업사회의 초석은 동력을 활용해 대량생산 사업모형을 추구한 결과다. 18세기 후반에 동력을 사용한 기계가 발명돼 이를 가장 먼저 유럽에서 발전시킨 것은 영국이었다. 따라서 마치 산업혁명의 시작이 영국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이미 프랑스·독일 등도 석탄과 기계공업을 활용해 생산모형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 영국이 산업혁명의 주도국이 된 것은 이들 나라보다 더 활발하게 동력에 의한 생산혁명을 선주도한 결과다. 영국은 이를 통해 세계에 새로운 생산모형을 보급하고 일등 경제국가로 부상해 세계를 지배했다. 당시 산업혁명 관점에서 경제를 정의한다면 `동력은 경제다`가 된 격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의 역할과 기능을 보면 마치 산업혁명시대의 동력과 똑같은 위치에 있다. 즉 어느 국가나 경제가 ICT 발전과 활용의 선두에 서서 주도적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미래 선진국이 되고 일등 국가로서 세계를 지배하는지 결정될 것이다.
이는 경제활동의 중심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산업혁명시대 경제활동 중심은 누가 동력과 기계를 잘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지의 문제였다. 오늘날에는 발달한 ICT를 활용해 누가 최소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제품과 서비스 가치를 올리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올리느냐에 따라 경제활동의 중심이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해 요사이 기업경영의 초석 중 첫 번째 사항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하느냐다. 기업이 어떤 시설이나 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인력을 훈련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판매할 것인지보다는 누구의 기술이나 시설을 활용해 어느 나라 기업에서 우리가 설계한 제품을 생산하게 하고 판매할 것인지의 모형을 짜는 것이다. 한 예로 요사이 미국 평판TV 시장에서 생산 공장도 없고 판매채널도 없는 비지오(VISIO)라는 회사가 TV 판매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몇몇 제품이나 국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 발달과 활용이 심화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통용하는 현상이 될 것이다. 마치 산업혁명이 동력의 활용으로 시작돼 인류문명을 바꾸어 놓았듯이 ICT가 인류문명을 바꾸어 놓는 새로운 계기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동력이 경제였다`고 한다면 오늘날은 `ICT가 경제다`라고 하겠다. 이제 세계는 누가 ICT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성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세대에서 세계경제를 제패하고 일등국가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ICT가 경제다`를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새 정부에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가 되겠다.
곽수일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skwak@snu.ac.kr